공석 상태인 한국벤처투자와 창업진흥원 등 국내 양대 스타트업 지원기관의 수장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중 절반은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한 상태다.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벤처투자·창업 생태계가 더욱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중기부 산하기관은 한국벤처투자, 창업진흥원, 공영홈쇼핑 등 3곳이다. 이 중 한국벤처투자와 창업진흥원은 현재 면접 등을 거치며 3명 안팎의 인사를 기관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고 중기부와 대통령실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신임 기관장으로 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 낙하산 인사’가 거론된다는 점이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에는 변태섭 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고, 창업진흥원 원장에도 정치권 인사 몇 명이 최종 후보에 오른 상태로 전해진다.
한국벤처투자와 창업진흥원은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지원기관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출자한 모태펀드 자펀드 중 현재 운영 중인 펀드 규모는 약 33조원이다. 모태펀드 자펀드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수도 누적 1만232곳에 달한다.
창업진흥원 역시 성장단계별 창업패키지,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등 중기부 지원사업에서 스타트업 선별, 육성·관리 등을 담당한다. 올해 예산만 약 7000억원이다.
중기부 안팎에서는 비전문가인 정치권 인사들이 임명되면 이같은 사업들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벤처투자는 과거에도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창업진흥원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 전문위원 관리감독 부실, 특정 인물들의 인사업무 독점 등 내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치권 기관장들이 이런 현상을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제기됐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업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창업 지원 전담기관인데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면담에서 낙하산 인사를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여야가 따로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중기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부 산하기관 중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중소기업옴부즈만 등 5곳은 이미 기관장이 정치권 인사다. 기관장 공석인 기관을 제외하고 독립기관인 중기옴부즈만을 더하면 9곳 중 절반 이상인 5곳이 정치권 인사를 수장으로 두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점점 더 정치권의 인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우려는 시장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창업생태계는 아직 모태펀드, 정부 창업지원사업 등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2022년부터 침체됐던 스타트업 생태계가 회복의 기로에 서 있는 시기인 만큼 생태계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정치권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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