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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쪽 “푸에르토리코 쓰레기섬”에 라틴계 분노…대선 막판 변수는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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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9일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행사 중 라틴계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이 불거져 인기 가수를 포함해 라틴계의 분노를 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대선 막바지에 여성 후보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신에 따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유세 중 지지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바다 한가운데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 있다. 푸에르토리코라고 한다”, “라틴계는 아이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등 라틴계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카리브해 섬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자치령으로 정식 주에 포함되지 않아 대선 및 의회 선거 투표권은 없지만 주민들은 미국 시민으로 미국 본토로 이주할 경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선거가 초박빙 양상으로 치달으며 경합주에서 수천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라틴계 유권자 표심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지난달 발표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라틴정책·정치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 수가 57만9000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6%에 달한다. 이 주의 라틴계 유권자 절반 이상(53.4%)이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1월 조사를 보면 미국의 라틴계 유권자 수는 성장 중으로 2020년 3230만 명에서 올해 362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날 인종차별 발언 직후 푸에르토리코 출신 인기 가수 배드버니는 소셜미디어(SNS)에 해리스 부통령의 푸에르토리코 관련 연설 영상을 게재하며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는 배드버니 쪽 대변인이 배드버니가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는 이를 의식한 듯 평소 강경한 태도를 보여 온 트럼프 선거캠프가 이례적으로 힌치클리프의 발언과 거리를 두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선거캠프의 다니엘 알바레즈 선임 고문은 해당 “농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거캠프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릭 스콧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힌치클리프의 “농담”은 “재미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푸에르토리코인들은 놀라운 사람들이며 놀라운 미국인”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발표된 UCLA 라틴정책·정치연구소 자료를 보면 플로리다는 330만 명의 라틴계 유권자를 보유 중이고 유권자 5명 중 1명(21.2%)이 라틴계다. 라틴계 유권자의 26.5%가 푸에르토리코인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푸에르토리코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라틴계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푸에르토리코를 위한 기회 경제 건설”이란 제목의 공약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푸에리토리코 경제, 전력망, 산업 투자 등을 위한 연방 태스크포스(TF) 발족을 약속했다. 특히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할퀴고 간 뒤 여실히 드러난 부실한 전력망 재건 및 확충을 강조했다.

지난달 미 ABC 방송은 허리케인 마리아가 지나간 뒤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푸에르토리코에서 기반시설 복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허리케인으로 이미 취약했던 이 지역 전력망이 붕괴하며 일부 지역은 1년 가량 전기 없이 생활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공약을 설명하는 영상 연설을 공개하며 “난 언제나 푸에리토리코인들을 위해 싸워 왔다. 도널드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을 모욕했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스페인어 자막을 입힌 이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간 푸에르토리코를 방문해 이재민들에 종이 타월을 던져 비난을 받은 일을 상기시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에르토리코에 준 것은 “종이 수건과 모욕 뿐”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소폭, 혹은 오차범위 내 에서 보였던 우위가 흔들리며 미 대선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23일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미 시에나대 여론조사를 보면 유력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8%로 동일했다. 이달 초 실시된 같은 기관 유력 유권자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 49%로 지지율 46%의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앞서 있었다.

지난 23~24일 실시된 미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서도 유력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이 49%로 동률을 이뤘다. 같은 기관의 이달 초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8%)보다 앞서 있었다.

영국 BBC 방송은 “숨겨진 성차별주의”가 대선에 막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27일 BBC는 해리스 캠프가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한 캠프 관계자가 숨겨진 성차별주의가 존재하며 일부 사람들이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으려 한다고 믿게 됐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여론조사원에게 대놓고 여성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은 “준비가 안 됐다”, 적합한 “인성”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할 때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인 게 문제라는 뜻이라고 한 민주당 전략가가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여성 및 인종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BBC는 2017년 미투 운동(MeToo·성폭력 피해 폭로 운동) 뒤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특히 직업인으로서의 여성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바뀌며 해리스와 같은 여성 후보가 지명되기가 더 쉬워졌지만, 이러한 변화는 특히 자신이 뒤처졌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들 및 전통적 성역할을 선호하는 보수적 미국인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CBS 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3~25일 등록 유권자 21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 55%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남성 유권자의 5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성별 선호 후보가 차이를 보였다.

남성 유권자 43%는 미국에서 성평등 증진을 위한 노력이 “지나치다”고 봤고 “충분치 않다”고 답한 경우는 22%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 유권자 41%가 이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봤고 “지나치다”고 답한 경우는 29%로 더 적었다.

CBS는 해당 조사에서 성평등 증진을 위한 노력이 “지나치다”고 답한 유권자의 8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충분치 않다”고 답한 유권자의 86%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0%,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9%로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2.6%포인트) 내에 있었다.

B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러한 지점을 포착해 선거운동 마지막 몇 주간 남성성에 대한 강조를 두 배로 늘렸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트럼프 캠프가 공식적으론 해리스 부통령이 “약하고, 부정직하고, 위험할 정도로 자유주의적이어서 11월5일(미국 대선일)에 거부당할 것”이라며 성별은 이와 관련 없다고 주장하지만, 캠프의 수석 고문 브라이언 란자가 “남성의 성별 격차가 우리에게 우위를 제공”하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BBC는 “이번 선거 막바지에 젠더는 모든 곳에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고 평가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 유세 중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 중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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