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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2. 학폭 ‘솜방망이 처벌’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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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성남시청 앞에서 '분당학폭'의 가해 학생 보호자로 지목된 성남시의회 이영경 시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28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성남시청 앞에서 ‘분당학폭’의 가해 학생 보호자로 지목된 성남시의회 이영경 시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교육부가 객관성과 공정성 있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성남시 한 초등학교 학폭 사건의 가해 학생에 대해 학폭위가 설득력 없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인천일보 2024년 10월2일자 6면, 10월28일자 1면 [뉴스 속으로] 1. 학폭 ‘솜방망이 처벌’ 그 후 등」

2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학폭위는 교육부가 제시한 학폭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으로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정도 ▲화해정도 등 총 5가지 기준을 점수화(0~4점)해 판단하고 있다.

점수별 조치는 제1호 서면사과(1~3점), 제2호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심의위 의결), 제3호 학교봉사(4~6점), 제4호 사회봉사(7~9점), 제5호 특별교육이수 및 심리치료(심의위 의결), 제6호 출석정지(10~12점), 제7호 학급교체(13~15점), 제8호 전학(16~20점), 제9호 퇴학(16~20점) 등으로 분류, 통보한다.

그러나 평가 항목이 추상적이다 보니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점수가 매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사안이더라도 심의위원 성향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인천일보가 성남 학폭 사건의 학폭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가해 학생 5명 중 1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조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학폭위는 가담 정도가 심한 2명에게는 서면사과와 5일 출석정지, 학급교체 등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2명에게는 서면사과와 학교봉사 4시간, 서면사과 처분을 각각 내렸다.

학폭 가담 정도가 높아 총 13점을 받은 A, B 학생의 요소별 점수를 보면 ‘식인종 놀이’를 한다며 흉기를 들고 피해 학생을 위협하거나 모래를 먹이는 등 집단적 괴롭힘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거나 돈을 갈취하는 등 행위를 고려해 ‘심각성’에서 ‘매우높음(4점)’을 받았다.

A, B 학생은 1~3개월에 걸쳐 지속·연속적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가해 행위를 하고 괴롭힘 형태가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확산한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지속성’에선 한 단계 낮은 ‘높음(3점)’을 받았다. ‘고의성’도 마찬가지로 피해 학생이 거부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가해 행위가 이뤄졌다고 판단해 ‘높음(3점)’을 받았다.

문제는 반성정도와 화해정도에 대한 평가다. 학폭위는 A, B 학생에게 ‘반성정도’는 ‘높음(1점)’, 화해정도는 ‘보통(2점)’을 부여했다. 반성정도 종합의견에서 ‘담임 교사에게 사과 편지를 제출했으나 피해 학생에게 진정성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최종적으로 높음으로 평가됐다.

화해정도에선 현재 형사 고소가 진행 중이고,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만 화해정도는 중간 단계인 보통으로 평가받았다. A, B 학생을 제외하고 가담 정도가 덜한 나머지 2명도 동일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들은 화해정도에서 A, B 학생과 달리 ‘높음(1점)’이 부여됐다.

피해 학생 가족 측은 가해 정도에 비해 솜방망이 처분이 나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분당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번 학폭위 처분 결과가 가해 학생 학부모 중 한 명인 이영경 성남시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심의위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판단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폭 심의위원 경험이 있는 법률사무소 용기 권성룡 변호사는 “5가지 판단 지표는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요소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전문성이 부족한 위원들이 결정을 내릴 경우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불복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격 요건에 변호사나 경찰, 교육전문가 등도 함께 구성되긴 하지만 위촉직인 만큼 현실적으로 참여가 쉽지 않아 학부모 위원들만 참석해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청탁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가해 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학부모의 지역 내 영향력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며 “학폭 심의 시 외압 등이 있었는지 서류상으로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학교폭력예방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학폭위 결과에 신뢰성과 공신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교육지원청이 심의위원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가해 학생뿐 아니라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도 잘 이뤄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폭위의 가해 학생 조치 결정에 대한 기준안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객관적 판단을 하는데 도움될 수 있는 자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답변하긴 어렵다”고 했다.

/김규식·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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