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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책방에서 시작된다] 5. 열다,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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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 외부 모습.
▲ 책방 외부 모습.

책은 세상을 열어준다. 지식과 사색의 세계로 가는 통로다. 이런 책의 기능을 담아 이름 지은 ‘열다, 책방’.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위치한 이 책방의 이름엔 사실 숨겨진 뜻이 하나 더 있다.

책방지기 김은철 대표의 빼곡한 책장을 본 친구가, “저 책들 다 읽었어?”라고 묻자 “열심히 읽다 보면 다 읽을 날이 오겠지”라고 답한 데서 따왔다. 속뜻부터 낙관적인 이 책방은 독립서점이나 지역책방이 많지 않은 연수구에서 독서문화 증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책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독서 모임과 책 필사 동아리, 북 콘서트 등의 활동이 이 책방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열다 책방은 이번 한국근대문학관의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사업에도 두 차례에 걸쳐 참여한다.

▲ '열다, 책방' 김은철 대표.
▲ ‘열다, 책방’ 김은철 대표.

▲대기업 건설사 김 과장, 책방을 열다

김은철 대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건설회사에서 11년을 근무했다. 누군가는 선망하는 직업인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사는게 맞나’하는 고민에 빠졌다. 하나의 부품으로 사용되다가 모두 마모된 후 교체될 운명이라는 생각에 다다르며 퇴사 결정은 빨랐다.

잘 할 수 있는게 뭘까 고민하던 끝에 ‘책’이라면 자존적으로 다룰 자신이 있어 시작했다. 그렇게 2022년 원래 수학학원이던 동춘동 공간은 동네서점으로 변모했다.

건설사 다닌 경력을 바탕으로 실내장식까지 손수 도맡은 열다책방엔 하지만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안 보인다. “대형서점에 문 앞에 진열된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관련 도서는 거의 취급하지 않습니다. 문제집도 없지요.”

돈이 되는 잘 팔리는 책보다는 보다는 비문학, 수필, 건축 관련 등이 서가를 채웠다. 특히 인천 작가들의 독립출판물을 모아둔 게 특징이다. 하나의 코너를 만들어 둘 정도다.

“인천에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며 참신한 시도를 하는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 책방 내부 모습.
▲ 책방 내부 모습.
▲ 책방 내부 모습.

▲한국근대문학관의 사업, “인천 21개 책방이 동시 참여한 대사건”

책 판매 이외에도 열다 책방에서는 독서모임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점 한 켠에 있는 회의실에서 유료 프로그램으로 정기적인 활동이 일어난다.

강사 초청 북토크도 꽤 많이 하고 있다.

김은철 대표는 이번 한국근대문학관의 책담회 사업에 참여해 강사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지금까지는 서점의 사정으로 독자와 대화하거나 책을 알리고 싶은 작가들의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작가들에게 걸맞은 보상을 할 수 있는 기회여서 그는 이번 사업에 기쁘게 지원했다.

특히 최근 들어 책과 서점 관련 정부 예산이 줄고 삭감된 상황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이 주민 밀착형 과정을 진행할 예산을 편성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는 짐작했다.

“인천에 있는 작은 서점 21개가 한 번에 함께 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죠. 아주 귀한 경험입니다. 한국근대문학관의 이번 사업은 실제 현장에서 아주 도움이 되고 의미가 커다랗다고 볼 수 있지요.”

한 군데 책방에서 1번 내지는 3번의 책담회를 연다고 했을 때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로 올 연말까지 인천 전체에서 50회 정도의 행사가 추진되는 셈이다.

열다책방 역시 2번의 책담회를 진행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록광 작가의 「인천에서 나고 사랑하고 살아내고」 책담회가 열렸다. 지금 동인천에서 와인바를 운영하기도 하는 작가는 이날 모인 20여명의 독자들과 인천에서 나고 자란 청년의 먹고사는 문제, 쓰디쓴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11월2일에 두 번째 책담회가 예비되고 있다. 「느리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쓴 김근희·이담 저자가 강연자로 나선다. 부부가 천천히 스스로 돌보며 느린 소비와 느린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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