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교회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개신교단체가 지난 27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및 동성혼 허용 반대를 주장했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서울광장,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기준 주최 측 추산 110만 명(온라인 포함 200만 명), 경찰 추산 23만 명이 집회에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는 1면 상단에 「건강한 가족, 거룩한 나라…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제목의 사진 기사를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종교개혁기념주일인 27일 반성경적인 동성혼·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해 전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열고 ‘건강한 가족, 거룩한 나라’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오후 서울광장과 세종대로에서 진행된 연합예배 및 기도회 참석자들이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지는 33면(종교면)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발언을 담았다. 박애린(17)양은 “이미 학교에서는 젠더이데올로기를 가르치고 주변 친구들은 이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동성커플 학생들이 당당히 커밍아웃하는 분위기”라며 “성경은 분명히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고 말씀하셨다. 크리스천으로서 이 성경 말씀대로 살고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창조 질서를 부정하는 성오염과 생명 경시로 가정과 다음세대가 위협받는 가운데 하나님께 기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1000만 기독교인은 대한민국이 생명의 나라, 자유의 나라, 창조의 나라, 기적의 나라가 되도록 섬기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참석자들은) 이어 정부를 향해서는 동성결합을 사실혼 관계와 같게 취급하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위법한 자격관리 업무처리 지침을 즉각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법조계에는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 정정을 허용하거나 동성결합 합법화의 길을 여는 판결을 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또 입법기관인 국회에는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차금법 등 악업을 제정하지 말 것, 교육부에는 동성애 조장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초중등 교과서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기독교의 동성혼 반대 집회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성소수자 혐오·차별’ 대규모 도심 광장 집회, 개탄스럽다」 사설에서 “이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예배’ ‘기도회’라고 했지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집회에 가까웠다”며 “누구나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의사 표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광장에서 집단으로 표출한 의견은 약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차별금지법이 ‘성병 에이즈를 확산시킨다’거나 성소수자를 특권화해 ‘다수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라며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인류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 이후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이뤘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 광장에서 표출되는 모습은 문명사회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 축사를 보낸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낮은 자를 섬기는’ 기독교 정신,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하면서도 이날 모인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에게 ‘낮은 자’ ‘약자’는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동성혼 합법화나 차별금지법 제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쏟을, 유일하게 유의미한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신교계 눈치를 보느라 갈수록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며 “마지막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극우 개신교도가 접수한 뒤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을 내는 판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집회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퇴행을 보여줬다. 기독교인의 생각이 모두 같진 않을 것이다. 기독교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불평등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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