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새로운 빌보드가 공개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8일 오전 11시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를 게시·개막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참사 2주기 빌보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올해의 독일 사진집상 등을 수상한 노순택 사진작가가 참여했다. 용산화재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을 꾸준히 기록해 온 홍진훤 사진작가,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해 온 윤성희 작가 등 오랫동안 우리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작품으로 표현해 온 사진작가들도 함께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오늘은 이 골목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을 되새기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을 애도하기 위해 모였다. 이곳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이 장소가 기억되는 소중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꼭 한번씩 이 길에서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민대책회의 자캐오 공동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를 겪은 희생자, 유가족, 생존, 피해자, 지역 주민과 상인, 사회적 연대로 이어진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과 곁을 내어주며 이전과 다른 길을 열어가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이 길과 설치된 여러 작품들은 이곳을 오가는 이들에게 질문과 위로를 주며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거는 연결고리가 됐다”고 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미술가인 권은비 작가는 “우리는 매일 행복하길 원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맛있는 밥을 먹고 또 시간만 된다면 해외에 나가서 축제를 즐긴다”며 “여기에 있던 159명의 희생자들, 그분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길 위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잊지 않아야 하는지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호주에서 온 고(故) 그레이스 라쉐드씨의 유족들도 가림막을 걷는 빌보드 개막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권 작가는 “특별히 오늘 호주에서 오신 그레이스 어머님을 포함한 전 세계에도 지금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이 흩어져 있다”며 “참사 현장은 이곳 서울 이태원이지만 참사의 피해는 대한민국 전국이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빌보드 작품들은 일곱 번째로, 모든 빌보드에는 사진 작품과 더불어 10·29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들의 출신 국가를 반영한 14개국어로 번역된 메시지와 희생자들의 이름이 게시됐다.
첫 번째 빌보드는 노동 현장의 아픔을 사진으로 담아온 윤성일 작가의 작품 「발광 신호_안동 부용대」(2024)였다. 윤 작가는 안동에서 진행됐던 불꽃 축제에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면서 당시의 불꽃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빌보드는 홍진환 작가의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 JR 고베선 아사기리역 불꽃축제 압사 사고 현장」 (2024)이었다. 홍 작가는 이태원 참사가 세계적인 참사라는 점을 기록하기 위해 직접 일본의 참사 현장을 방문해 작품을 촬영했다.
마지막으로는 노순택 작가의 「참사 100일 되던 날 남해 바닷가에 뜬 대보름달」(2023)이 공개됐다. 노 작가는 남해에서 대보름달을 보며 거리에서 투쟁하던 유족과 희생자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달은 어디에서나 보이지만 달의 이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참사 진상규명에 빗대 표현했다.
3개의 빌보드는 정재환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지난해부터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용산구청은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명명하고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예술작품을 게시해 왔다.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참사 현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사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문화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태원 참사를 설명하는 3개의 빌보드는 사진 또는 시각예술 작품과 시민 포스트잇 등을 담은 디자인으로 2달에 한 번, 29일마다 교체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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