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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도 모자라 고객 예금 빼돌린 농협은행…의원들, 효용 없는 정책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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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회장의 ‘황제 연봉’ 논란
농협은행, 5년간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액 367억원
농협, 지배구조 허점
이석준 회장·이석용 행장 연임 불투명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제공/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제공/농협중앙회)

[잡포스트] 이호규 기자 =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이 집중 질타에 고개를 숙였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반복된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횡령, 내부통제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런 위기 상황에 임기 막바지에 있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수년 동안 은행권이 준법 감시 인력을 늘리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강호동 회장의 ‘황제 연봉’ 논란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황제 연봉’ 논란이 금융업계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장과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면서 꼼수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감에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회장의 보수 체계, 권한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농협이 농민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며 “이중 급여는 특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를 도운 캠프 출신 인사가 대거 농협에 들어오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이어졌다. 강호동 회장은 올해 연봉으로 농협중앙회 3억1800만원, 농민신문사 1억9100만원을 받는다. 성과급을 포함하면 연봉이 8억원을 넘어선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왼쪽)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사진제공/각 사)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왼쪽)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사진제공/각 사)

농협은행, 5년간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액 367억원

NH농협은행은 올해에만 업무상 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금융사고 환수율도 5%대에 그친다. 피해 금액 중 80%가 올해 발생했다.

특히 최근 5년간 발생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 가운데 4건이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재임 기간에 일어났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과거 4년보다 올해 금융사고가 집중됐다면 그동안 해왔던 대책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NH농협은행 최근에도 울산 지역의 한 영업점에서 직원이 고객 예금을 횡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숫자 계산이 느린 70대 고객의 예금을 횡령한 것이다. 해당 직원은 올해 7월부터 여러 차례 해당 고객의 예금을 빼돌렸으며, 피해 금액은 약 2억5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해당 농협은행 직원은 빼돌린 고객 돈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더해, NH농협은행에서는 부동산 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금액은 140억원으로 사고 발생 기간은 2021년 4월부터 현재까지다.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다.

농협은행에서는 100억원 대 횡령 사고 후 배임 사고, 대출 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다. 내부통제가 다시 한번 뚫리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농협금융지주에 대해 “금융사고가 반복돼 윗선에서 사표 내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5년간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35건에 달하고 올해 9월까지 벌써 9건이 추가로 발생하며 이미 지난해 사고건수를 넘어섰다”며 내부통제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이런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는 농협의 부실한 내부 관리 대책, 관리 감독해야 할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한몫 한다”며 “금융사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서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반적인 제도의 문제라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용 은행장도 “다른 제도 보완과 직원 교육 등 시스템 강화 노력을 했지만 부족했다”며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사실상 내부통제 실패를 인정했다.

농협중앙회 전경사진
농협중앙회 전경사진

농협, 지배구조 허점 

‘횡령 은행’이라는 치부를 드러낸 농협은행에서는 요즘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020년 6월 농협은행 명동점과 회현점에서 발생한 총 12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적발됐다. 10월에는 14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 이상거래를 발견해 차주를 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횡령건수도 많고 금액도 크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 발생 이유에 대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지목했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전문가 아닌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을 시군지부장으로 배치하고 있다며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지적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전문성이 없는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농협은행의 시스템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으로 보인다”며 “끊이지 않는 농협발 금융사고가 멈춰질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농협은행 사옥(사진제공/농협은행)
농협은행 사옥(사진제공/농협은행)

이석준 회장·이석용 행장 연임 불투명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농협은행을 포함한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등을 들여다보고,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청렴경영’ 슬로건도 크게 무너지면서 올해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도 최근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제한하겠다는 안을 밝힌 만큼 연임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국감에서 비판받은 잇따른 횡령,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교체기에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농협은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었다는 점도 물갈이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윤리교육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횡령사고, 지배구조 문제, 터무니 없이 높은 연봉, 내수통제 구멍, 직원 윤리의식 등 무너져가는 이미지를 쇄신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잡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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