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면서 해외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 환경단체들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기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극심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며 시민들이 환경을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교 거부’ 툰베리, 세계적 기후 운동 촉발
“당신들은 빈말로 제 꿈과 희망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사람들은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동화같은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한 소녀는 울분을 터뜨리며 이같이 연설했다. 소녀는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다.
툰베리는 8살에 기후변화 문제를 처음으로 인지했다. 이후 15살이 되던 2018년 8월 그는 3주 동안 학교에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란 피켓을 들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이후에도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 학교에 빠지고 시위에 나섰는데, 이 작은 불씨가 ‘Fridays For Future(미래를 위한 금요일·FFF)’라는 대규모 움직임으로 발전하게 됐다.
FFF는 기후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 마련을 요구하는 전 세계적인 학생 기후 운동이자 네트워크다.
이 운동은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수많은 국가로 확산됐다. 매주 금요일 전 세계의 수백만 명의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거리로 나와 기후변화의 현실과 심각성을 알리고 직접적인 정책과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축을 이루며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툰베리는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FFF 시위에서 “우리는 이제 이 문제(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다”며 “우리는 모두 기후 운동가가 돼야 한다”고 외쳤다.
미국의 FFF는 지난해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Earth is no toy’ 캠페인을 공개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FRED & FARID Los Angeles’가 제작한 해당 캠페인 포스터에선 어린이 모습을 한 G20 지도자들이 지구를 공처럼 붙잡고 “지구는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지구를 장난감 취급하지 않도록 상기시키며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과 그에 따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기후위기 최전선서 ‘기후 불평등’과 싸운다
Australian Youth Climate Coalition(호주 청소년 기후 연합·AYCC)은 호주에서 청소년들이 운영하는 가장 큰 기후 활동 조직이다. AYCC의 가장 큰 목적은 젊은 세대가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이끄는 움직임에 앞장서는 것이다.
과거부터 진행돼 온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앞으로 짊어지게 될 사람들은 결국 현재의 젊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거대하고 헌신적인 움직임을 통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AYCC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기후위기가 주는 특이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또 기후위기에서 파생되는 불평등에 집중했다. AYCC가 주장하는 기후위기의 해결 과정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 세계의 모든 시민들을 위한 공정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AYCC는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기후위기 약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을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AYCC는 ‘프래킹 중단 계획(Our Plan to stop fracking)’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프래킹(fracking)’은 수압균열법을 뜻하는 ‘hydraulic fracturing’의 줄임말로,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한 뒤 바위를 파쇄해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을 말한다.
하지만 프래킹 기술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어 우려가 커졌다.
그럼에도 화석연료 기업들은 위험한 가스 프로젝트를 국가 전역으로 확대해 환경보다 기업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AYCC는 “올해 11월 크리스 보웬 기후변화 및 에너지 장관이 호주의 모든 주와 지역의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누가 오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화석연료 사용과 관련해 AYCC가 냈던 환경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실제 법 개정에 반영되기도 했다.
▲기후위기 극복도 ‘지역 공동체’와 함께
트래모어(Tramore)는 아일랜드어로 ‘큰 바닷가’를 뜻하는 말로 아일랜드 남동부의 맨스터주 워터포드에 있는 해안 휴양지다.
원래 작은 어촌이었으나 1785년 이 지역에 지어진 리조트가 성공해 오늘날까지도 아일랜드의 휴양지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트래모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환경 단체인 ‘Tramore Eco Group(트래모어 에코 그룹·TEG)’은 바다를 포함한 마을 안팎의 환경 보존을 위해 다방면에서 힘쓰고 있다.
TEG 회원들은 ‘깨끗한 해안 #2분해변청소(2minutebeachclean)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일 쓰레기 줍기를 실천하고 있다.
또 워터포드 지방 의회는 단체에 모든 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제공해 청소에 모두가 동참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TEG는 마을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02개의 지역 기업과 협력했다.
102개 기업은 병, 컵 등을 들고 지나가는 모든 주민에게 무료로 물 리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TEG는 마을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조류에 휩쓸려 들어온 플라스틱 삽, 양동이 및 기타 어린이 장난감을 버리는 대신 해변에 온 또 다른 어린이들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Borrow Box’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는 워터포드 지방 의회가 마을 내 두 번째 ‘Borrow Box’를 설치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후정의 실현, 모두가 함께 나서야”
기후위기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각국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협력의 대표적인 예로, ‘파리기후협정’을 들 수 있다. 2015년 체결된 이 협정은 전 세계가 함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한 국제적 합의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도록 각국 정부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환경단체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국제 환경단체들의 이러한 노력이 기후위기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 시민들과 전통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등이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기에 여기서 초래되는 ‘기후 불평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불평등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평등한 ‘기후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 시민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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