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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변화의 기로] 산업화 공해로 발돋움…기후환경운동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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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기후환경단체 등 전국 615개 단체가 서울 강남대로에서 개최한 ‘907기후정의행진’에서 한 참여자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문구가 담긴 팻말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검은 연기’는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선 긍정적인 의미였다. 공장 굴뚝 위로 솟아오르는 연기를 보며 국민들은 ‘잘 살아보세’ 기치 아래 희망찬 미래를 꿈꿨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탄생한 배경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70년대 공단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환경운동의 뿌리가 싹트기 시작했다.

▲공단 공해로 성장 급부상한 국내 환경단체들

공단 지역 거주민들 사이에선 건강상 문제로 인한 공해 문제 해결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82년 국내 최초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설립된 계기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소규모 집단행동 단체였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대규모 사회운동단체로 급성장했다. 민주의식과 함께 환경 파괴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환경운동 단체들의 몸집이 부풀기 시작했다.

문민정부 때부터 환경운동단체와 협의를 해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환경운동가들이 정부와 지자체 등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었다.

2000년대 초반은 환경운동단체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영월 동강댐, 새만금사업 등 대규모 국가 개발사업을 중단시키거나 철회하는 수준까지 갔다. 환경단체들이 정부와의 협상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환경운동은 위기를 맞는다. 환경운동에 필요한 자금이 줄면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운동 조직을 배제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환경단체들은 각종 환경 정책 입안 과정에도 포함되지 못 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전문성·대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시민들의 일시적 참여는 높였지만 조직력 강화와 외연 확장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완강한 태도와 소수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국내 환경운동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도 있다. 해외에 기반을 둔 환경단체들과 달리 수직적 구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 유명해진 기후환경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한 지역 지부 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수평적인 조직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환경단체의 고정 참여자와 일시적 참여자 간 힘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 지난 8월 20일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과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기후환경단체들이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석탄 전기 반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경기환경운동연합

 ▲2010년부터 본격화한 기후운동…개선점 산적

시민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건 2010년대 들어서면서다. 2011년 환경단체와 노동조합, 진보 정당 등이 모여 ‘기후정의연대’를 꾸린 것을 계기로 국내 기후운동도 시작됐다.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교통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 이후 새 기후변화 체제를 수립하면서 국내 시민사회단체들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이는 수년간 다양한 환경운동 형태로 나타났고, 2020년대에 들어서야 환경운동가들이 발간한 ‘기후정의선언 2021’ 도서가 출간되면서 구체적인 방향성이 잡혔다.

그동안 기후위기는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한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때부터 기후위기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문제 인식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난·폭염 등 여파는 늘 노동자·여성·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덮쳐서다.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면서도 빈곤층 등에 대한 해결책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시민사회 안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도 더 많아졌다.

탄소 배출을 부추긴 자본주의를 기후위기 극복 차원에서 철폐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까지도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면서 국제 기후운동 흐름이 다소 급진적으로 변했는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가져간 것이다.

국내 기후환경운동은 뒤늦게 출발했지만, 2020년 정부 등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일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과 장기적인 계획을 도출하기까지는 시민사회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은 “기후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시민사회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정부가 시민단체가 아닌 단체 관계자 1명을 특정해 거버넌스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단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대표자를 선출하지 않기에 거버넌스가 잘 이뤄지는지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지난 8월 기후환경단체 등 전국 615개 단체가 서울 강남대로에서 개최한 ‘907기후정의행진’에서 한 참여자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문구가 담긴 팻말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기후 불평등’ 초점…청소년들도 활동 활발

최근에는 수백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의행진’이 기후운동의 핵심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9년부터 매년 9월마다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위기가 초래한 ‘이상기후’가 점차 ‘기후재난’으로 악화함에 따라 ‘기후 불평등’에 초점을 둔다.

지난 9월7일 열린 기후정의행진 슬로건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였던 만큼, 단순한 기후위기 극복이 아닌 기후 불평등에 맞서는 존엄한 삶의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모였다.

시민사회의 움직임으로 기후위기를 ‘삶의 문제’로 접근하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기후대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은 2020년 3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소년들의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며 정부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소년들을 주축으로 정부에 낸 아시아 최초 기후위기 소송이어서 파급력도 상당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지 못했던 용기를 청소년들이 대신한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지 않은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이끌어내면서 일부 승소하는 성과도 이뤘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시민사회 활동 중 기후환경운동은 시민들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 문제를 딱딱한 용어로 풀어나가기보다 일반 시민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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