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콜하비시에는 네팔의 제2국제공항인 니즈가드 공항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육지에 위치한 공항 중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로 설계되었으며 네팔의 경제 발전과 관광 산업을 증진시키기 위해 네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이었다. 2022년 네팔 대법원은 사업 추진을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린다. 네팔 사람들은 자국의 경제 부흥과 안정된 환경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신공항 건설을 왜 포기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제도와 환경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추진되던 국책사업이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추진 과정도 이와 닮아있다. 네팔 니즈가드 공항 건설이 왜 좌초되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왜 억지스러운 공사인지를 환경 측면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가덕도 신공항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네팔은 히말라야산맥의 아름다운 경치와 등산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곳이다. 수도 카트만두에 위치한 트리부반 공항은 네팔 유일의 국제공항으로 3.3km 활주로 1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적정 수용인원이 연간 약 700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네팔을 찾는 관광객은 2009년에서 2018년 사이에 2배가 늘었으며 현재 연간 약 9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추세로 증가하면 2030년에는 대략 1500만 명 관광객이 매년 네팔을 찾게 된다. 이 정도면 네팔에서 제2공항을 반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네팔 제2공항은 경제 부흥뿐만이 아니라 항공기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트리부반 공항은 항공기 사고로 악명이 높은 공항이다. 지난 7월에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객 19명이 사망하였고, 작년에는 착륙하던 파키스탄 항공 비행기가 추락하여 승객 16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해 5월에도 비슷한 충돌사고로 22명의 승객이 사망하였다. 카트만두는 고산지대에 위치하며 히말라야산맥의 지류로 둘러싸여 있어 이착륙이 매우 어려운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비록 히말라야산맥의 본류는 수십 km 떨어져 있으나 그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난류와 급격한 기상변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또한 김포공항 활주로가 3.6km 임을 감안하면 트리부반 공항의 3.3km 활주로는 안전한 착륙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활주로가 해발 3500m 높이에 위치하고 있어 낮은 기압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여건에 또 하나의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데 2015년 4월에 진도 7.8 강진이 중부 네팔을 강타하면서 트리부반 공항이 폐쇄되었다. 이는 네팔 유일의 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국제 구호물자의 수송이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어떤 나라도 이러한 지경에 이르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신공항 건설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네팔도 그러했다. 네팔 정부는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8000헥타르의 대규모 숲 지역을 부지로 선정하고 총공사비 67억 달러, 한화 9조1700억 원을 들여 3.6km 길이의 활주로 2개를 갖는 니즈가드신공항을 급히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이 건설은 환경단체와 지역사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약 250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되고, 코끼리 이동 경로와 같은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 파괴가 우려되었으며, 벵갈호랑이가 사는 파르사국립공원과 인접되어 있는 등 현재 가덕도 신공항과 비교했을 때 나라와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었다. 또한 지역 주민 약 7500명이 강제로 이주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 2018년 3월에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되었고 그해 5월에 평가서가 통과되었다. 이에 네팔 환경보호단체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불법성을 이유로 공공이익소송을 제기하였고, 2019년 12월에 대법원은 사업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네팔 정부는 법원 결정은 벌목을 중지하라는 것이라 주장하고 사업자 선정 등 사업진행을 계속하였다. 네팔 대법원은 2022년 3월 26일에 사업을 취소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업이 백지화되었다. 네팔 정부가 이때까지 지출한 예산이 약 20억 네팔루피, 한화로 약 204억에 달한다.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경제 효과에 기대어 네팔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되던 신공항 건설이 네팔 법원의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가로막힌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021년 3월에 가덕신공항 반대 대책위원회 생태조사단을 구성하여 자연과 역사문화 유산을 조사한 바 있다. 해양생태, 육상생태, 조류생태, 역사문화 4개 분야로 나누어 자원봉사 전문가들이 가덕도 전 지역을 샅샅이 탐사했다. 그해 4월에 조사에 동행한 한겨레21에 ‘가덕도에는 웃는 돌고래 상괭이가 산다’라는 제목의 표지이야기가 실렸다. 2022년 5월 초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1년 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며칠 후 MBC 뉴스데스크에 ‘비행기가 온다. 상괭이와 동백나무는 살 수 있을까?’로 소개되었다. 그런 와중에 부산시는 2022년 2월 9일에 가덕도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려 가덕도신공항과 그 일대 에어시티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부동산 투기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다.
해양생태계 조사에서 해양보호생물인 상괭이와 잘피가 발견되었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토종돌고래이다. 동아시아에서 아라비아반도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대부분 우리나라 연안에 산다. 우리나라에는 3만-10만 마리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바닷가에서 사체로 자주 관찰되는 흔한 돌고래이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상괭이가 우리 바다에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상괭이를 보호할 수 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보루라는 뜻이다.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 동안 가덕도 남쪽 등대가 보이는 숭어 망루에서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6시간 동안 상괭이를 관찰했다. 아침에는 많이 보이던 상괭이가 10시가 넘으면서 뜸해지더니 오후 1시가 지나면서 다시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숭어 망루 근처에는 숭어가 많아 상괭이가 자주 모여들어 행동을 관찰하기가 좋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난 상괭이 들은 가덕수로를 통해 거제도 바다로 나가서 놀다가 점심때가 되니 식사를 하러 다시 숭어 망루로 모여드는 것 같다. 6시간 동안 60회가 넘게 상괭이가 관찰되었다.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물길이 바뀌고, 숭어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상괭이는 식사 터전을 잃게 된다. 숭어 망루에서 대항항으로 돌아오는 뱃길에 멀리서 하얀 물보라를 보았다. 상괭이떼가 숭어떼를 만나서 회식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수줍음이 많아서 배를 피해다니던 평소에 보던 상괭이들이 아니었다. 배가 코앞까지 가도 피하는 기색이 없이 숭어를 쫓느라 정신없이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상괭이가 떼를 지어 푸우푸우하는 숨소리를 합창소리로 낸다. 이런 소리는 난생 처음 듣는다.
가덕도 북쪽 바다에는 바다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잘피가 축구장 한 개 정도 면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물로 가득 차 있는 바다에서 오아시스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바다의 화려한 모습은 산호나 바다숲으로 우거진 그런 곳이다. 그러나 이런 곳은 바다에 그렇게 넓지 않다. 바다의 대부분은 해저면이 모래나 뻘로 이루어진 연성저질로 되어 있고 마치 사막처럼 삭막한 모습을 한다. 잘피는 이러한 연성저질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면서 삭막한 해저면에서 작은 초원을 이루고, 산소를 공급하고, 어린 물고기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서식공간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탄소를 흡수하여 땅속에 격리하는 블루카본으로서 역할이 알려지면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조류 조사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는 장거리 이동 철새들이 가덕도를 관문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새와 생명의 터’ 대표인 나일 무어스 박사가 가덕도의 활주로 건설 예정구역에서 총 42시간 35분 동안 관찰한 결과, 6400마리 이상의 새들이 고도 50~900m 사이를 비행했다. 이 중에서 13-14종에 달하는 맹금류는 2610마리가 발견되었으며, 갈매기, 까마귀, 왜가리와 같은 대형 조류도 1922마리가 비행했다. 이 중에서 절반에 이르는 43%의 새들은 300m 이하의 낮은 고도에서 날고 있어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덕도를 지나는 철새는 매년 수십만 마리에 달한다. 예를 들면, 맹금류인 벌매(honey buzzards)의 경우 봄철에 1주일 동안 수만 마리가 떼를 이루어 가덕도를 거쳐 일본으로 날아간다. 밤에 소리 없이 떼를 지어 날아가기도 한다. 이 새들은 대한해협을 건너가기 위해 수 km 상공에서 부는 제트기류를 타고 날개를 편 채로 활강 비행을 한다. 일본으로 건너가는 새들이 제트기류를 타기 위해서는 비행기처럼 이륙을 해야 하는데 이륙장소가 가덕도다. 연대봉과 국수봉처럼 뾰쪽 솟아오른 지형으로 생겨난 상승기류를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이륙을 한다. 여기에 가덕도신공항이 생기면 이륙하는 새와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또한 가덕도에 높이 솟아있는 봉우리들은 일본에서 돌아오는 장거리 이동 철새들이 비행목표로 삼는 지형지물이다.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이러한 철새들이 공항이 들어선다고 해서 원래 다니던 이동경로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착륙하는 새떼와 항공기가 부딪히는 충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신공항 사업 추진과정에서 검토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부산대 홍석환 교수가 철저한 검증을 통해 부산시 자연환경조사 보고서의 왜곡문제를 밝혀냈다. 앞으로 법적 대응에 필요한 증거를 모아야 할 때다. 이번 조사는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수행했으며, 많은 정부예산이 들어갔으나 형식적인 조사에 그친 환경영향평가 보다 훨씬 수준 높은 연구 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가져올 환경문제를 과학증거에 근거하여 평가했다는 점이 설득력을 갖는다.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공동조사단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계속되어야 한다. 네팔에 사는 호랑이와 코끼리와 250만 그루의 나무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포장된 신공항 건설을 좌초시켰다. 가덕도에 사는 상괭이와 철새와 동백나무 군락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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