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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푸드테크(FoodTech)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새로운 방식의 소외(疎外)를 경험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부회장으로 일하시다가 오래전 퇴임한 지인께서 평소 즐겨다니시던 수육 잘하는집을 이제는 안다닌다고 하셔서, 왜냐고 여쭈었더니 테이블오더 때문이라고 하신다. 음식을 기계로 주문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서빙하는 분들이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주고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는 정감어린 식당이었는데, 이제 그 기분을 느낄수가 없단다.
이미 키오스크와 테이블 오더(태블릿 주문)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서빙 로봇이 매장을 누비고 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린다. 배달앱을 모르면 배달을 시킬수 없고, 예약 앱이나 웨이팅 앱을 사용하지 못하면 인기 많은 식당이나 줄서는 식당은 아예 방문조차 할 수 없다. 이런 디지털 소외는 푸드테크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최근 외식업계는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섬세해지고 개인화되었다. 거기에 전반적인 외식경기 불황과 인력난까지 더해지면서 푸드테크 활용은 급속도로 증가되고 있다. 이러한 외식업 사장님의 이해와 소비자의 경험이 녹아들면서 푸드테크 도입은 점차 가속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로봇과 디지털 기기들이 인력을 대체하며 생겨나는 인간소외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소외(疏外, alienation)’ 혹은 일반적으로 ‘인간 소외’라고 하는 개념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 노동 및 노동의 산물 또는 자아로부터 멀어지거나 분리되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 소외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앞으로는 디지털을 통한 주문/결제는 물론이고 기름에 치킨을 튀기거나 화구에서 웍으로 고기를 볶는 등의 위험한 조리, 커피를 내리고 홀서빙을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대부분 로봇들이 대체할 전망이다. 경기불황과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그동안 외식업 분야에서 인간이 해왔던 위험하거나, 힘들거나, 단순 반복적인 일들을 자연스럽게 로봇과 기계가 대체하는 과정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얼마전 플랫폼 시대에 데이터로 전락한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연극(‘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연극은 배달 서비스 기업 아우토반이 만든 플랫폼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는 라이더들의 모습을 그린다. 아우토반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라이더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사고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프로그래머를 꿈꿨던 배달 라이더다. 그의 친구는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끼어서 사고로 죽었다.
연극은 플랫폼 시대에 소외되는 인간들을 그린다. 인간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AI는 소시지 공장 사고로 죽은 친구의 얼굴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다. “친구의 감정과 유사한 얼굴들입니다. 데이터 라벨러로 일하는 사람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우버로 운전하는 사람들, 배달하는 사람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조지은 교수는 그의 저서 ‘미래 언어가 온다’에서 “플랫폼과 AI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21세기의 문맹자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미래 언어’는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이 미래 언어의 도래가 단순한 학문의 영역을 넘어 경제, 경영, 그리고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한다. 미래 언어를 모르면 점차 의사소통에서 소외되어, 급변하는 직업 생태계에서 도태 된다는 것이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것, 조리 시 어렵고 고된 일을 대체하는 것,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빠르고 싸게 구입하는 것, 요리를 맛있게 즐기도록 하는 것, 건강한 음식을 섭취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모두 지속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푸드테크다.
우리나라의 푸드테크 도입율은 전세계에서 최고로 높다. 아마도 미래의 푸드테크를 가장 선도하는 국가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푸드테크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소외는 점점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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