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소음 공격’을 3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이 잠을 자야 하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폭탄이 터지는 소리, 짐승 울음 소리, 쇠 긁는 소리 등을 방송하는 것이다. 이 소음은 60~90dB(데시벨) 수준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정도 소음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수면 장애, 난청, 호르몬 이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는 소음 피해가 큰 파주시 대성동의 전체 가구 51곳에 방음창, 방음문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 북한, 인천·경기 접경 지역에 소음 공격… 주민들 “수면제 없으면 잠 못 잔다”
북한의 소음 공격은 인천·경기 접경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강화도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당산리에 살고 있는 안미희(38)씨는 지난 23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평생 강화도에 살고 있는데 북한이 대남 방송을 이렇게 크게, 그것도 자는 시간에 틀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남 방송에 3개월 내내 시달린 탓에 지금은 수면장애를 앓고 있어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고 했다.
당산리 이장인 안효철(67)씨는 “(대남 방송을) 소음측정기로 재보면 집 안에서는 60데시벨(dB), 집 밖에서는 90데시벨까지 나온다”라고 했다. 60데시벨은 내연 기관 자동차가 골목길을 천천히 지나갈 때나 사람들이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 발생하는 정도의 소음이지만, 이런 소음에도 장시간 반복 노출되면 청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90데시벨은 소음이 심한 공장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소리로, 난청과 호르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송재준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남 방송 피해 주민들은 쉽게 말해 누군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강제로 씌워놓고 노래를 큰 소리로 들려주는 상황”이라며 “물리적인 청력 손상은 물론, 원하지 않는 소리를 강제로 듣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 청력 장애를 넘어 각종 호르몬 이상, 인지능력 저하, 무기력증이 동반될 수 있다”고 했다.
◇ 전문가 “北, 자연음·기계음 섞어 소음 공격… 볼륨 키우면 고통 커져 ”
음향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방송에 쓴 소음은 자연음과 기계음을 섞어 만든 것이라 분석했다. 한 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대남 방송 음성을 듣고는 “개 짖는 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 등은 직접 녹음한 것이고, 소위 ‘귀신 소리’라 불리는 우웅~ 우웅~ 소리는 인공적인 후처리를 가미해 만든 소리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대남 방송에 쓰인 소음은) 그 자체로도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인데, 볼륨을 극단적으로 높인 대형 확성기로 이런 소음을 방송하면 ‘소리 왜곡 현상’이 발생해 소리가 깨지듯이 들리면서 고통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콘서트장에서 스피커와 가까운 자리에 앉거나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올렸을 때 음악이 깨지면서 귀가 느끼는 괴로움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리 왜곡이 발생할 정도로 큰 소리를 장시간 들으면 고막이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서 청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 “소음 공격 목적은 대북 전단 멈추려는 것”
북한이 소음 공격을 하는 의도는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항상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쓰며 맞서고 있다”면서 “국내 탈북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를 멈추게 하려고 북한이 소음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소음 공격을 당한 우리 주민들이 북한이 아닌 한국 정부에 불만을 갖도록 하는 것도 북한의 목적이라는 게 고 교수의 분석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은 “접경 지역에 있는 북한 군인들에게 ‘남한은 적’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북한이 소음 공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인들이 대북 전단 등을 통해 남한 체제에 동조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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