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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퇴임으로 헌재가 당분간 6인 재판관 체제로 심리를 이어간다. 퇴임 직전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제기한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업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정치의 사법화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내달 12일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 관련 첫 변론을 연다. 이후 12월 10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 변론도 진행한다.
헌재는 이달 17일 이 전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3인이 퇴임하면서 2018년에 이어 또다시 6인 체제를 맞이했다. 당시 국회 추천을 받은 김기영·이영진·이종석 재판관 선출이 늦어지면서 한 달간 헌재의 재판과 행정 업무까지 모두 마비됐다.
다만 2020년도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다행히 6인 재판관 체제로도 재판관회의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행정 업무 마비는 피했다. 이에 24일 재판관 회의를 개최하고 이 전 헌재 소장의 직무 대행으로 문형배(58·사법연수원 18기) 재판관을 선출했다.
문제는 땜질식 처방만으론 헌법재판소의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 정지 결정에 따라 재판관 6인으로도 심리는 계속되지만 당장 9명의 재판관이 맡던 업무를 6명의 재판관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업무 과중의 부담은 이전보다 커졌다.
심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재판이 신속하게 마무리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심리 이후에 의결을 위해선 재판관 선출이 불가피한 탓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후보자 추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헌재는 재판관 퇴임 이후 ‘비상체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재판관 공백이 계속될수록 재판 지연 문제와 더불어 내부 업무 과중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후보자 추천 이후에도 인사청문회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는 여야 힘겨루기가 계속될수록 헌재의 업무 마비 문제를 초래할 것이란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국회의장 직속 기구인 헌법개정자문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판관 공백에 따른 업무 마비에 따른 대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1월부터 여야 추천 인사와 의장 추천 인사를 포함해 24인이 1년여간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개정으로 이어진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헌재가 업무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남긴 상흔은 깊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법조인은 “국회는 헌재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여야 간 알력 다툼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헌재 업무 마비까지 야기하는 것은 본인들의 의무를 망각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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