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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의 주범으로 불리는 심방세동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박경민·김주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웰리시스와 심전도(ECG) 검사를 활용해 심방세동 발병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장을 구성하는 2개의 심방과 심실 중 심방에서 무질서한 전기신호가 생성돼 매우 빠르고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유형이지만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막상 검사를 하면 ECG가 정상으로 보여 진단을 놓치기도 쉽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생긴 혈전이 혈관을 막아 뇌졸중, 심부전 같은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진 뒤에야 심방세동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건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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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삼성창원병원, 강북삼성병원을 다녀간 17만 6090명의 12리드 심전도 데이터 41만5964건을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켜 AI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 대상자는 모두 최초 ECG 검사에서 정상 리듬이었는데 그 중 1만 1810명은 차후에 심방세동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와 심방세동이 없는 16만 4280명으로 나눈 다음 ECG 검사 결과의 차이가 있는지 구분할 수 있도록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환자마다 병원을 찾는 경위와 검사 횟수 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ECG 검사를 한 번만 받는 경우와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ECG 검사를 받는 경우 두 가지 모델로 개발했다. 연구팀이 삼성서울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정상 심장 리듬을 가진 사람 500명과 심방세동 리듬을 보인 50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 검증을 시행한 결과 여러 번 검사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 만든 AI의 성능이 더욱 정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으로 인해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한 사람의 데이터를 활용한 다회 모델 민감도는 0.810, 특이도는 0.822, 정확도는 0.816이었다. 단 한번의 ECG 검사로 심방세동을 예측한 단일 모델은 민감도 0.744, 특이도 0.742, 정확도 0.743으로 다회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새로운 AI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정확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한계로 꼽혔던 설명력 부족을 극복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ECG에서 나타나는 여러 파형 중 심방을 수축할 때 나오는 P파의 미세 변화가 심방세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인자라는 점도 밝혔다. 해당 파형의 미세 변화를 감지한 AI 모델이 심방세동 위험 경고등을 울리면 의사가 추가 검사를 통해 확진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AI를 활용해 심방세동을 더 일찍 예측하고 조기에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실제 임상에서 심방세동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미국심장협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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