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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자산업 강국 베트남, 한국 전자산업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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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베트남은 전 세계 전자산업에서 중요한 생산 및 교역 국가로 자리잡으며, 그 위상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0년 베트남의 전자산업 총 생산액은 1278억 달러로, 글로벌 총 생산의 약 2.1%를 차지하며 세계 7위에 올랐다. 베트남 전자산업 총 수출액은 2020년 기준 565억 달러로, 전 세계 수출액의 약 2.7%를 차지하며 베트남은 세계 10위 수출국이 되었다.

베트남은 어떻게 글로벌 전자산업의 신흥 국가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2010년대 글로벌 전자산업에서 베트남의 부상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 GVC)의 개념을 통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재화나 서비스가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연구 개발, 생산, 유통, 판매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기술적 활동과 가치 창출 활동을 의미한다.

전자산업은 다음과 같은 산업적 특성 때문에, 글로벌 가치사슬 활동에 적합하다. 첫째, 전자산업은 산업적 범위가 넓으며, 기술발전에 따라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둘째, 전자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다른 산업에서 필수적인 중간재로 사용된다. 이는 다른 산업의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전·후방 연계가 매우 강하다.

셋째, 전자산업의 생산 과정은 다양한 기술과 자본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진국은 주로 고도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부문을 담당하고,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공업국은 조립 등 저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07년 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베트남은 제조업 부문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하여 국가 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했으며, 전자산업은 주력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베트남의 발전 전략은 한국의 초기 산업화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 국가 산업화 과정에서 전자산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1960년대에는 외국 기업의 전자부품 조립 및 가공 활동을 유치하여 초기 기술력 부족을 극복하고, 합작 투자와 기술 제휴를 통해 국산 부품 생산을 확대하며 가공무역 형태로 발전했다. 1980년대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술집약적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유도하고 산업 부문의 고도화를 이루었다.

한국 전자산업 해외직접투자 변화 흐름 속 베트남과의 연계 강화

2000년대 중반, 중국은 산업 고부가가치화 정책을 통해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갔다. 글로벌 전자기업은 기존 중국 내 조립 및 가공 활동을 중국 외부로 이전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실행하였다. 당시 한국 기업은 기존 중국 생산 시설과의 물리적 근접성, 베트남 정부의 우호적인 투자환경, 저렴한 노동력, 유연한 근로 조건,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적 관계 개선 등의 이점을 지닌 베트남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박닌성과 2013년 타이응옌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LG전자는 2015년 하이퐁캠퍼스를 신설하여 베트남에 생산 법인을 집합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초국적기업들의 기존 협력사들도 함께 베트남에 동반진출하며,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한국의 투자는 나날이 증가했다. 베트남은 새로운 글로벌 전자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국 기업의 대베트남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양국의 교역 관계의 폭발적 성장을 유발했다. 1992년 양국의 교역량은 약 5억 달러였지만, 2023년에는 795억 달러로 159배나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2년 연속 자리 잡았으며, 일본을 제치고 교역 규모에서 세 번째로 큰 국가가 되었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 품목 변화를 살펴보면, 단순히 교역량의 증가뿐만 아니라 양국의 생산 활동이 기능적으로 연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본격화 된 이후, 한국은 베트남에 전자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수출하고, 베트남은 이를 완성된 제품 형태로 한국에 재수출하고 있다. 2015년 베트남 내 한국 전자기업의 가전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가전 부문에서만 유일하게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외관상 한국 전자산업의 글로벌 확장은 생산 기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외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며, 생산 품목을 역시도 고부가가치화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 및 발전할 기회가 있다.

▲ 그림 1. 한국 전자산업 품목별 대 베트남 무역수지 변화 (수출입무역통계 바탕으로 필자 정리)

가치 흐름 속에 담긴 베트남 전자산업의 이면

2008년 한국 전자기업의 베트남 해외직접투자가 본격화된 이후, 양국 간 무역 총액이 증가하고 부가가치의 상호 연계가 강화되면서 긴밀한 경제적 관계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한국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전자산업의 총 수출에서 현지에서 창출된 국내 부가가치의 비중은 2008년 37.9%에서 2020년 50.1%로 증가하였다. 이는 부가가치가 현지에서 크게 창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베트남 현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베트남이 글로벌 전자산업의 핵심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현지 기업이 한국 기업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산 품목이 점차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전환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산업의 질적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전자 초국적기업은 현지에서 생산 복합 단지를 설립하고, 필요한 부서를 통합 관리하여 생산 활동을 복합화한다. 이뿐만 아니라 초국적기업과 기존 협력기업 간의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기존 거래 관계를 해외 직접 투자 지역에 이식하는 위성형 허브앤스포크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베트남에서 창출되고 있는 국내부가가치 상당수가 항상 현지 기업을 통해 창출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2020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상위 25개 첨단 공급업체 중 베트남 기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베트남 기업은 주로 포장재, 상자, 팔레트와 같은 부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베트남 전자산업의 발전 방향은?

베트남 현지 기업은 한국 초국적기업의 핵심 공급자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베트남 현지 기업들이 기술 수준에 따라 분절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듈화된 생산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전자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빈스마트의 경우 모듈화된 전자제품 생산 특성을 활용하여, 외국 기업들과 제휴하여 핵심 부품을 공급받고, 완성 스마트폰을 조립해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비록 열세한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2021년 해당 사업 부문을 정리하였으나, 이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전장부품 생산 전환으로 이어졌다.

FPT Semiconductor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 생산 운영 경험이 요구되는 반도체 생산 부문 대신, 중간 수준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에 맞춘 개인화된 칩을 설계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틈새 시장에 진입하여 고부가가치 전자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틈새시장 공략은 현지 기업이 자본과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경쟁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며, 이는 베트남의 전자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된 탈중국 흐름 속에 베트남은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항만 인프라, 거대한 내수시장 등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경제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해지며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 갈등과 생산망 재편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차이나 플러스 원 경영 전략 및 디리스킹 흐름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 등 전자산업의 핵심 광물 자원은 전자산업의 핵심 공급망 요소로 베트남에 새로운 협상력 우위를 부여했다. 이러한 경제 지정학적 맥락의 비교우위는 글로벌 전자산업에서 베트남의 새로운 경쟁력을 나타내며, 추가적인 산업 발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베트남이 서방 국가들의 디리스킹 수혜국으로 주목받기 이전부터,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왔다. 한국 전자산업의 기술력과 자본력, 그리고 베트남의 경제지정학적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양국의 상호협력 관계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난 32년간 쌓아온 문화적·사회적 교류를 기반으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 지난 2013년 3월 삼성전자가 베트남 북동부 타이응우옌성에 휴대폰·태블릿 생산공장을 만들었다. 사진은 해당 공장 모습. ⓒ삼성전자

■ 필자 소개

김성훈 박사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한국 전자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조정: 베트남 진출 초국적기업을 사례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BK 4-Plus 미래국토공간 혁신 교육연구단의 연수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 초국적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기업 간 관계의 변화, 투자유치국의 발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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