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참사 유족들이 일일카페를 열어 참사 피해자의 또래인 청년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대접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계절의 목소리’에서 청년들을 위한 일일카페 ‘보랏빛 하루’를 열어 사회적 참사로 얼룩진 청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추모와 연대의 뜻을 나눴다.
10·29 이태원참사 2주기를 4일 앞두고 모인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청년들에게 직접 만든 샌드위치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일일카페 ‘보랏빛 하루’에는 250명의 청년들을 위한 달걀 샌드위치가 준비됐다. 11시에 개장한 카페에는 반나절 만에 준비한 샌드위치의 절반 가량이 소진될 만큼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인파가 몰렸고, 늦은 시간에도 활기찬 기운이 꺼지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구신혜씨는 정문에 비치된 추모와 연대 메시지 게시판에 붙일 포스트잇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가 같이 오자고 제안했는데, 아직 오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며 “저희 청년들에게 따뜻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해 주신 만큼 유족분들께서도 건강을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고 썼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에 올 때는 ‘마음껏 먹고 떠들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분위기도 왁자지껄하고 음식도 맛있어서 놀라웠다”며 “공복으로 와서 샌드위치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카페 한편에 마련된 추모와 연대 메시지 게시판에는 ‘무언가라도 나누고 싶어 왔는데 받고만 가는 것 같아 송구하고 감사하다’, ‘두 번째 가을이다. 우리에게 보다 나은 세 번째, 네 번째 가을이 올 겁니다’, ‘더 나은 우리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겠습니다’ 등 청년들이 직접 눌러쓴 노란 쪽지들이 남겨졌다.
운영 당일 오후 4시경까지 손님들은 끊이지 않았다. 보라색 앞치마를 두르고 쉴 틈없이 샌드위치를 포장하던 유족들은 지친 기색 없이 청년들을 맞았다. 온기가 가득 담긴 장소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청년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한 빛을 띠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맛있게 시식하고 있던 대학생 김지홍씨는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청년들을 위해 만들어 주신 샌드위치인 것이 느껴져서 더욱 맛있었다”며 “카페에 방문하신 분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사를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다는 걸 알고 기뻤다”고 말했다.
고(故) 김의현씨의 어머니 김호경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인 10월이 다가오니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젊은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면서 “저희가 손수 준비한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를 청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몸은 힘든 하루였지만 손님들이 샌드위치를 잘 드셔주시니 마음은 따뜻했다”며 “청년분들이 보랏빛 하루에 많이 찾아와 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기뻤다. 앞으로도 청년분들이 많이 공감하고 연대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