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계 각지에서 한식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관심도 뜨겁다.”
25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에서 열린 ‘2024 한식 컨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인 식음(F&B) 업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이들은 한식이 확산하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식의 문화를 확산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식 컨퍼런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주최하는 한식 관련 행사다. 지난해 시작돼 2회를 맞았다. 이번 행사는 ‘한식(韓食)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렸다.
사전 참가 신청을 한 일반인을 포함해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 관계자, 세계적인 F&B 전문가와 셰프, 업계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미식 가이드 미슐랭으로부터 스타를 획득한 세계적인 셰프들과 미국 요리 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교수 등이 한식의 글로벌 브랜딩을 위한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김도윤·김태성·박준우·이영숙·조은주·황진선 셰프 등을 비롯해 국내 유명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한식의 기본 요소 장(醬), 일상적 음식에 조금씩 더해 확산”
‘오래된 미래: 한국의 장(醬)’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강민구 셰프는 한식의 기본 요소인 장에 대한 확산 전략으로 사용법을 다양화해 일상적인 음식에 더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강 셰프는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밍글스를 운영하고 있다.
강 셰프는 장을 담그는 방법, 간장·된장이 일본의 미소·소유와 갖는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간장·된장·고추장이 어울리는 식재료에 대해 소개한 뒤, 밍글스에서 각 장을 사용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강 셰프는 각각의 장에 양파, 생강, 고추, 마늘, 옥수수, 꿀, 깨, 레몬, 달걀 등을 더해 소스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장에 다양한 재료를 더하면 다양한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소스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음식에 들어가는 장을 정량화하면 한국의 전통 요리는 물론 해외 다양한 요리에도 장을 활용할 수 있다”며 “그릭 샐러드에 된장을 조금 더하거나, 된장을 더한 크림브륄레, 간장으로 조린 피칸 등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 셰프는 “장은 한국인에겐 익숙한 재료지만 해외에서는 어떻게 음식에 활용해야 할지 다루기 어려운 재료”라며 “한식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장을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다양한 일상적인 음식에 장을 더하는 것”이라고 했다.
◇ “美 요리학교서도 관심 높은 한식… 집중 교육 만들어야”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양종집 CIA 아시아 컬리너리 분야 교수는 한식의 인재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CIA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이며, 미국에서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교수는 “CIA에는 지난 15년간 매년 100~120명의 한국인 학생들이 온다”면서 “미국 국적을 가진 학생을 제외한 학생 가운데 독보적으로 많은 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구 규모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며 아직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CIA에는 네 가지 집중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식은 있지만 한식은 없다”면서 “(세계적인 요리학교에) 한국 문화와 한식에 대한 교육 과정이 없는 것은 단순히 정부나 기업에서만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양 교수는 CIA 학생 337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결과에 따르면 95%의 학생이 한식 집중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이 있었으며, 248명의 학생(약 70%)은 한식 과정이 있으면 등록하겠다고 응답했다.
◇ “세계화된 한식… 정체성 더 세우고 경험의 장 늘려야”
글로벌 한식 비즈니스에 대해 토론한 상훈 드장브르 셰프와 호르헤 바예호 셰프, 지미 림 셰프는 한식은 이미 세계화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한식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정체성을 더 세우고,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한식을 경험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벨기에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레르뒤탕을 운영하는 상훈 드장브르 셰프는 “해외의 많은 셰프들을 초청해 한식을 경험하도록 해야한다”면서 “이미 전 세계에서 한식이 해석되고 사용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식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정통성 있는 한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미 림 셰프 역시 경험의 장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지미 림 셰프는 대만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인 제이엘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그는 “한국 셰프들이 갖고 있는 요리들을 세계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고,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용기 있는 젊은 셰프들이 세계 어디에서든 가서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영숙 셰프는 “우리의 음식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어 놀랐다”면서 “외국에서는 한식이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한식을 너무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재료의 본연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한식을 많이 확산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 셰프는 TV 예능프로그램 한식대첩 우승자 출신이다.
전해웅 한식진흥원 사무총장은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의 장 문화를 조명하고, 한식의 가치를 세계 무대로 확산할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한식의 고유한 맛과 철학이 글로벌 미식 산업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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