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에서도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 뿐 아니라 한 대표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히려 윤 대통령 면전에서 재반박하며 따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아직도 ‘검사동일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검법 대신 특별감찰관으로 당내 기싸움을 벌이는 것도 황당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혜정 한겨레 논설위원은 25일 자 ‘아침햇발’ 칼럼 「윤-한 회동, ‘두 검사’의 잘못된 만남」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성과없는 회동을 두고 “이번 회동에서 거듭 확인된 것은 아직도 자신들이 검사인 줄 아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정치적 미숙함”이라고 평가했다. 최 논설위원은 의전과 관련, “윤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한동훈 무시하기’가 핵심 콘셉트로 보였다”며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여당 대표와의 만남을 24분 늦게 시작하면서 바깥에 계속 세워둔 것은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사 대상자를 장시간 대기시켜 모욕을 주는 검찰식 ‘기선 제압’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면담 장소도 침침한 조명과 사각 테이블 탓에 취조실처럼 느껴졌고, 상석에 자리잡은 윤 대통령은 조사를 앞둔 검사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는 “민심을 전하러 온 여당 대표가 아닌, 피의자 내지 ‘하극상’ 후배 검사를 대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최 논설위원은 한 대표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그간 ‘독대 호소인’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비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던 한 대표”라며 “(윤 대통령 부부를 잘 아는 한 대표가) 사전 조율도 안 한 회동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쇄신할 결심’을 해줄 거라 기대했다면 정치인으로서 자질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최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이 변화와 쇄신 요구를 거부했다고 분개하는 한 대표 측을 두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 대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진정성이 있었다면, 물밑으로 협의하고 설득해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내딛는 결과물을 도출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논설위원은 “탁자 위에 파일을 올려놓고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모습은, 피의자에게 혐의 사실을 읊어주고 형량을 구형하는 검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며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독대 요청하는 나’ ‘대통령과 다른 나’라는 차별화만 부각시키는 것은 정치적 미숙함을 의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현안을 두고도 “‘국민 눈높이’를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막상 국민적 요구가 높은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외면하고 있다”며 “회동 뒤엔 브리핑도 없이 집에 가 버리고, 당내 외연을 넓히는 대신 20명 남짓한 ‘친한계’ 의원들을 모아 세 과시에 나섰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더니 국민을 보고 ‘가기만’ 한다(한 여권 인사)는 한탄을 들을 만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김건희 특검을 원하는데 특별감찰관 추천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것도 황당한 일”이라며 “서로 드잡이할 시간에 협상과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질부터 숙고해봤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25일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속 좁은 정치를 했다고 지적한 뒤 한동훈 대표에는 “거기에서 반박을 하지 왜 나가 가지고 구시렁구시렁대냐, 소위 말해서 쫀 거다. 대통령 앞에서는 오랫동안 상하 관계 이런 것들에 의해서 말을 잘 못하는 것 같다.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화 내용에서 대통령에게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발언도 있는데, 쫄지 않은 것 아니냐는 고성국 진행자 반론에 김 평론가는 “협박으로 볼 것인지,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볼 것인지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이 하나하나씩 반박을 했는데 거기에서 재반박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반박 못하고 이미 다 언론에 난 3대 요구 조건 들이밀고 표정만 구기고 나와서 언론 브리핑도 안 하고, 기분 나쁘다고 집에 가버리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며 “한 대표의 콘텐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태도에서 제발 ‘검사동일체’에서 좀 벗어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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