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경기 남부권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선공(先攻)은 롯데가 날렸다. 지난 23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쇼핑몰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그룹의 야심작인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스타베이 시티)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발언을 하면서다.
정 대표는 “경쟁사가 화성에 대규모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우리 사업에선 재무적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경쟁사의 경우 100만 평 규모라 과연 개발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신세계그룹이 처음 하는 테마파크 사업이자, 그룹 역사상 가장 큰 비용(4조5700억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419만㎡(127만 평) 부지에 미국 파라마운트 사와 협력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스타필드, 호텔, 골프장 등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9년 개장을 목표로 한다.
이에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홍보실장)은 24일 “롯데백화점이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사업 규모에 따라 자본 조달 방식은 다르며 스타필드의 경험을 통해 그 정도 노하우는 충분히 내재화 되어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세계의 재무 상황을 걱정하실만큼 시장에서 여유롭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에 약 20년간 몸담다 2019년 롯데쇼핑 패션 계열사인 롯데지에프알 대표에 이어 2021년 롯데백화점 대표가 됐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그룹을 의식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신세계 스타필드 수원과 롯데 타임빌라스 수원을 비교하는 발언으로 신세계를 자극했다.
정 대표는 타임빌라스 수원 리뉴얼(재단장) 과정에 폐점한 240개 브랜드 중 상당수가 스타필드 수원으로 간 것에 대해 “다행스러운 일”이며 “타임빌라스 수원 객단가가 12만원(백화점 제외)으로 스타필드 수원(5만원)보다 높다. 고객 수는 스타필드가 더 많지만, 쇼핑의 밸류(가치)는 저희 고객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부사장은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는 5만원이 아니라 12만5000원”이라며 “롯데의 리뉴얼로 폐점한 240개 브랜드 상당수가 스타필드로 가서 다행스러워하실 게 아니라 아쉬워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 지금 그 240개 브랜드가 매우 다행스러워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스타필드 수원은 백화점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이 많이 방문한다는 건 객단가보다 랜드마크 쇼핑몰에는 더 의미 있는 데이터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가 경쟁사(스타필드)의 건물이 단조롭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반박 대상이 됐다. 그는 전날 간담회에서 PPT에 스타필드 외관 사진을 띄우고 “제가 약간은 인벌브(참여)했던 프로젝트라서 프라우드(자랑스럽다) 하긴 하다”면서도 “경쟁사는 왜 백화점의 파사드(외관)는 그렇게 단조로울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성 중인 타임빌라스 송도점과 수성점은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력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사장은 “보기 좋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편한 옷은 아니다”라며 스타필드 디자인은 동선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획일적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가장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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