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자 내년도 정부 창업·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겨냥한 컨설팅 업체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사업 선정에 유리한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온라인 상에서 창업자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기관을 가장한 정책자금 브로커 역시 잇따른 지적에도 끊이지 않는다.
‘0000 파트너스’라는 사명의 A 업체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5년도 정부지원사업 준비 예비창업가 모집 광고를 게재했다. 창업지원금 1억원 수령 목표를 내걸고 중소벤처기업부 창업 지원사업인 예비·초기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대비 8주 교육 과정을 열었다.
업체 대표는 10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정부지원금 20억원을 확보한 이력을 들며 “단 200만원으로 배운 사업계획서 작성법은 10억원 이상의 가치로 보답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 크몽에서 100만원 안팎의 비용을 받고 사업계획서 작성 의뢰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B업체 역시 창업지원 사업 대비 사업계획서 작성 가이드북 작성법을 홍보했다.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교육하겠다는 이들 업체의 활동을 불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지원금 수령을 빌미로 영리 행위를 펼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은 연초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한번 실패하면 다시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면서 “유료라 하더라도 정부 지원사업 선정에 도움된다면 솔깃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자금을 알선해준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접근하는 브로커 문제도 여전하다. 브로커들은 정책자금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명분으로 착수금을 받거나 성공 대가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국회는 꾸준히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넷에서 ‘중소기업경영지원센터’로 알린 회사 주소로 직접 찾아가 실제로는 다른 명칭으로 보험 영업을 펼치는 점을 밝혀냈다. 이어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게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소개하며 중진공,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자금 기관 로고를 함께 띄웠다.
이런 사례에 대비해 민간업체가 정부기관을 사칭하거나 정책자금 부당개입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다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중진공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중기부는 전반적으로 유사명칭 사용 금지 규정에 따른 고발·피해 현황 통계가 미비한 점을 시인했다. 또한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진공, 신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최근 5년간 정책자금 제3자 개입 적발 건수는 20건에 불과했다.
중기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정책자금 중개를 빌미로 한 브로커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정책자금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 제3자를 찾는 일을 막고 부당개입 근절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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