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가까이 땅에 묻혀있었던 은화 2000여개가 430만파운드(77억원)에 팔려 영국에서 발굴된 가장 값비싼 보물에 등극했다.
비비시(BBC)는 22일(현지시각) 박물관을 운영하는 자선단체 사우스웨스트 헤리티지 트러스트가 정부 기금의 지원을 받아 노르만 왕조시대 은화 2584개를 430만파운드에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이 은화는 2019년 영국의 아마추어 보물 사냥꾼 7명이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의 한 농장에서 금속탐지기로 발견한 것으로, 영국에서 발굴된 가장 비싼 보물이라고 비비시는 설명했다. 지난 1996년 제정된 보물법에 따라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지역 당국에 알려야 하며 보물이라고 판단되면 정부에 귀속되고, 박물관은 이를 취득하기 위한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화의 역사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짚었다. 은화가 주조된 1066~1068년이 영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 프랑스의 노르만 왕조는 잉글랜드를 공격해 앵글로색슨족이 세운 왕조를 무너뜨렸다. 실제로 은화의 절반에는 앵글로색슨 왕조의 마지막 왕인 해럴드 2세(재위 1066)가, 나머지에는 노르만 왕조의 시조인 윌리엄 1세(재위 1066~1087)가 새겨져 있다.
해럴드 2세가 새겨진 은화량은 윌리엄 1세가 1066년 대관식을 치른 뒤 2년 동안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은화량의 5배에 달하는데, 이는 노르만 왕조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적 준비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잉글랜드 남서부에서 노르만 왕조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면서 은화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땅에 묻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비비시에 “이 놀라운 은화들이 영국의 격동기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히는 시기에 대한 고유의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라 보물에 대한 보상금은 은화가 발견된 땅의 소유주와 발견자가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은화를 발견한 보물 사냥꾼 7명은 215만파운드(38억원)를 동등하게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클 스테이플스는 비비시에 “이미 몇십만 파운드를 써서 집을 샀다”며 “대출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다른 보물을 찾기 위한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화는 새달 26일부터 대영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 뒤 영국 전역의 여러 박물관에 전시된 뒤, 톤턴 지역의 서머싯 박물관이 영구 소장한다.
한겨레 심우삼 기자 /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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