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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하반신 마비 수년, 두 발로 ‘우뚝’…”이렇게 걸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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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 시연

팀 KAIST, 오는 27일 ‘제3회 사이배슬론’서 금메달 연패 도전

김승환 연구원이 워크온슈트F1를 입고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KAIST

김승환 연구원이 크러치를 짚고 걸음을 내딛고 있다. /사진=KAIST
김승환 연구원이 '기차 객실'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두 손 자유롭게 서 있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큰 감동입니다. 처음엔 걷는 방법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로봇을 착용하고 몇 번 발을 떼자 상체에 진동이 느껴졌고, ‘내가 이렇게 걸었었지’라는 감각이 되살아났습니다.”

24일 대전 대덕구 엔젤로보틱스 선행연구소(플래닛대전)에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한 김승환 KAIST(카이스트) 연구원은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몇 해 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완전마비된 그는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할 것만 같은 슈트를 입고 국제 대회인 ‘사이배슬론(Cybathlon)’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 ‘사이보그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배슬론은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이 웨어러블 로봇 등의 생체공학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아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국제대회다.

이날 김 연구원은 오는 27일 원격 경기가 펼쳐질 플래닛대전 내 경기장에서 실제 사이배슬론에서 수행할 미션 몇 가지를 취재진 앞에서 선보였다.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워크온슈트F1의 첫 시연이기도 했다.

웨어러블 로봇인 워크온슈트F1은 ‘F1’이라는 작명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에 특화된 웨어러블 로봇이다. 하반신마비 중에서도 중증도가 가장 높은 ASIA-A(완전마비) 레벨을 대상으로 한다. 개발을 주도한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미 전국적으로 상용화된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 등과는 개발 목적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승환 연구원이 24일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엔젤로보틱스 연구소 플래닛대전에서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한 채 서 있다. 사진=KAIST

워크온슈트F1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가 타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슈트를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이 미션 시작에 앞서 휠체어에 앉으면, 워크온슈트F1이 마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김 연구원을 찾아 조금씩 걸어온다. 김 연구원이 할 일은 제 위치를 찾아온 워크온슈트F1에 두 발을 넣는 것(도킹) 뿐이다. 발이 완전히 도킹되면 로봇이 스스로 김 연구원의 가슴 부위로 내려와 마치 김 연구원에게 ‘안기듯’ 착용된다.

‘팀 KAIST’의 주장을 맡은 박정수 KAIST 연구원은 “세계 최고의 로봇 학회에 가도 모두 웨어러블 로봇의 ‘걷기 기능’에만 집중할 뿐, 가장 첫 번째 단계인 ‘입기’를 놓친다”며 “착용자가 휠체어에서 다른 의자로 옮기거나 치료사가 착용자를 들어 로봇에 얹어줄 필요도 없는, 착용자가 혼자 스스로 입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데 개발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또 “걸음을 떼고 나서는 착용자가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더라도 로봇이 스스로 균형을 잘 잡아주게 하는 데 신경 썼다”고 했다. 사람이 직립보행을 하면서도 동시에 손을 사용해 어려운 동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두 다리가 든든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워크온슈트F1은 이같은 신체의 균형을 고려했다.

워크온슈트F1를 착용한 김 연구원은 처음엔 크러치(목발)를 짚은 채 걸음을 뗐다. 이어 사이배슬론의 주요 미션 중 하나인 ‘기차 객실’을 수행했다. 기차 객실 칸처럼 좁은 좌석 의자에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능력을 선보이는 미션이다. 의자를 움직이지 않고도 좁은 의자 사이로 들어가 체중을 전부 실어 완전히 앉는 게 목표다. 진입 시엔 크러치를 사용하지만 앉았을 땐 크러치를 바닥에서 완전히 떼야 한다.

공 교수는 미션을 설명하며 “KTX의 일반 좌석보다 훨씬 좁은 기차 좌석에 앉아야 해서 까다롭다”고 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느리지만 차분히 좁은 좌석 사이로 들어가더니 좌석에 안정적으로 착석했다. 그리고 목발을 잡은 양손을 공중으로 들었다. 그의 동작을 숨죽여 지켜보던 취재진과 연구팀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승환 연구원이 탁자 위에 놓인 상자를 집어 봉투에 넣는 미션을 수행 중이다, /사진=KAIST

좌석에서 일어난 김 연구원은 두 발로 뚜벅뚜벅 앞에 놓인 탁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상자를 집어 손에 들고 있던 봉투에 넣었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도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션이다. 봉투를 들고 몇 걸음 더 이동한 그는 좀 더 앞에 놓인 낮은 높이의 앉은뱅이 탁자에 봉투를 옮겨 놨다.

긴장되는 시연이 종료된 뒤, 김 연구원은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너무 떨렸다”고 했다. 실제 착용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처음엔 다리가 아주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훈련을 거치며 ‘걷는다는 행위’를 기억하게 됐다”고 했다. 이전엔 두 발로 걸어 다녔던 그지만 휠체어에 앉은 뒤론 걷는 방법도 잘 생각이 안 났다는 것이다. 그는 “로봇을 입고 발걸음 떼는 순간 상체에 진동이 느껴졌고, 비로소 ‘걸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하반신 마비는) 서 있는 행위 자체도 다른 도구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두 손에서 크러치를 떼고 어떤 제스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큰 감동”이라며 “사고 전을 떠올려보면 이 순간의 느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이배슬론 경기를 앞두고 연구팀은 최종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공 교수는 “올해 사이배슬론은 미션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져, 지난 대회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면서도 “워크온슈트F1을 통해 우리가 가진 기술의 ‘초격차’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팀 KAIST는 2020년 대회에서 모든 미션을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해내 ‘세계 1위’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사이배슬론 경기는 오는 27일 스위스 현지와 각국 경기장에서 생중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팀은 대전 대덕구 경기시설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한다.

24일 ‘워크온슈트F1’을 시연한 후 간담회에서 답변 중인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김승환 KAIST 연구원, 박정수 KAIST 연구원 (왼쪽부터)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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