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에 위치한 인천 강화 갯벌.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주민들은 과거부터 새우잡이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바다 온도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어족 자원은 줄어들고, 잦아진 폭우로 밀려 들어오는 쓰레기 양은 많아졌다.
기후 위기가 닥친 바다, 어민들의 그물에 이제 새우보단 쓰레기가 많을 뿐이다.
▲기후 위기 체감한 어민들, 3년 전부터 목소리 높였다
바다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체감한 어민들은 3년 전, 그들의 어업활동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새우를 잡으러 나간 배에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이다. 그물을 끌어 올릴 때면 새우뿐 아니라 쓰레기들이 걸려있었다. 라면, 과자 등 포장지가 주를 이뤘다. 「인천일보 2021년5월18일 1면 “물고기 반 쓰레기 반…바다청소부가 된 한강하구 어민들”」
당시 어민들은 “새우잡이가 아니라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 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어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없었다. 그사이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고, 해수면이 높아졌다. 자연스레 새우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어민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졌다.
유영철 석모도 매음어촌계장은 “기후가 변해서 그런지 새우 어획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라며 “과거에 200㎏짜리 드럼 300통을 가득 채웠는데, 이제는 몇 통밖에 못 채운다. 해수면은 상승하고, 한강에 밀려오는 모래가 쌓이면서 수심이 안 나오는 게 문제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새우만 안 잡히는 것도 걱정이 큰데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쓰레기”라며 “북한과 가깝다 보니 야간 조업도 안 돼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쓰레기 처리를 위한 예산도 소폭 증가했다가 관심이 멀어지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박흥열(민·나선거구) 강화군 의원이 발표한 ‘하천, 하구 쓰레기 수거 처리사업’ 현황을 보면 부유쓰레기에 투입되는 국·시비는 지난 2022년 3억5000만원에서 2023년 4억5000만원이 됐다가 올해 4억원으로 줄었다.
또 ‘조업중 인양쓰레기 수매사업’ 시·군비는 지난 2022년, 2023년 2억원이 투입됐으나 올해 1억6000만원이 쓰였다.
박흥열 의원은 “2022년 더러미포구에서 부유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굴착기가 전복돼 운전자가 사망했다”라며 “예산이 적어서 안전 시설을 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발생한 일이다. 그 위험한 곳에서 그런 작업을 하라는 게 행정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국·시비 사업인데, 책임은 강화군에서 진다. 인천시에서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 세심하게 챙겨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물엔 새우 대신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 전문가들이 한강하구 쓰레기를 확인한 결과 오래된 비닐이 주를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의회는 인하대 경기·인천 씨그랜트센터, 환경단체 등과 함께 ‘한강하구 쓰레기 대책마련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강화에서 발견되는 쓰레기는 플라스틱류가 99.8%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대다수가 비닐류이고, 지금의 것들이 아닌 과거의 것들이라는 것이 특이점으로 꼽혔다.
심원준 박사는 “여수, 남해, 제주 등에서 발견되는 쓰레기는 대다수가 어구”라며 “하지만 강화도는 비닐류 발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풍화된 조각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 쓰레기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지역별 맞춤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우승범 인하대 경기·인천 씨그랜트센터 교수는 “중앙 일괄 관리로 지역별 세부 사안 관리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정부 예산이 반영이 안 될 때 사업의 지속성도 떨어진다. 그동안 단순하게 참여했다면 이제는 협치를 통해 지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 해양 쓰레기 관리, 예방 거점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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