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인천 중구 남항 석탄부두 야적장. 석탄 가루로 뒤덮인 땅에서 듬성듬성 자라난 잡초는 잿빛이었다. 부두 주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풍겼다.
17m 높이로 설치된 먼지 차단막이 약 13만㎡(3만평) 야적장을 둘러싸고 있지만, 석탄 가루는 그 너머까지도 흩뿌려졌다. 「인천일보 10월22일자 1면 ‘부두에 적치된 석탄…오염에 방치된 부두’」
이른 아침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석탄을 가좌·포천·반월로 운반하는 대형 화물차들이 쉬지 않고 다니며 먼지가 발생한 탓이다. 부두 위치 특성상 강한 바닷바람이 부는 영향도 있다. 이로 인해 야적장과 20여m 떨어진 곳에서도 석탄 먼지가 날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먼지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뿌린 자리엔 어김없이 검은 물이 고인다.
가을비가 내렸던 22일 찾은 석탄부두는 석탄 먼지 날림은 덜했어도, 비에 젖어 석탄 가루와 흙이 섞여 질퍽거렸다. 물웅덩이 위로 기름이 떠다녔다.
야적장과 가까운 라이프아파트에서 만난 A씨는 “석탄 먼지 날림이 심할 땐 청소 후 걸레가 새까매질 정도라 문을 닫고 살았다”며 “석탄이 있던 곳이 깨끗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항동 연안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이여송(79)씨는 “땅에 석탄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토양오염 걱정을 안 할 수 있겠냐”라며 목소리 높였다.
이처럼 토양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2007년부터 석탄부두 운영을 맡은 법인 인천남항부두운영주식회사는 「인천일보」에 토양오염 가능성을 인정하며 추후 정화 의지를 피력했다.
1984년 만든 서구 무연탄 정부비축창 11만4318㎡은 불소 등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며 10년 전 서구로부터 토양오염정화 명령이 내려졌지만 위탁·운영 중인 한국석탄공사는 2심을 제기한 상태다. 5년 내 폐쇄 여부가 결정되는 남항 석탄부두에선 서구 무연탄 정부비축장과 같은 소란이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동환 인천남항부두운영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석탄을 쌓아놓는 곳이니 토양오염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석탄부두는 토양오염 관리 대상 시설이 아니라 지자체의 별도 검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탄부두 운영 계약에 계약 기간 종료 시 토양오염이 확인된다면 정화 처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방기하지 않고 이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글·사진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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