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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없는 박물관, 미래를 잇다] 7.춘의동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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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뮌 197’ 공간 모습.
▲ ‘꼬뮌 197’ 공간 모습.

세월이 지나고 사람과 삶의 모습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왕래가 거의 없어 조그마한 규모의 술집들만 어두운 골목을 밝히던 춘의동은 지난 10년여간 ‘공유’의 가치를 나눠 온 사람들 덕분에 누구나 자유롭게 놀고, 조우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지역 공동체의 공유지를 회복하고 공유문화를 확산하며 다양한 삶의 조건에 있는 개인들이 공통의 행동을 모색하는 곳, ‘꼬뮌197’을 중심으로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온 변화다.

▲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197번길과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춘의동의 여러 공간을 연결해 ‘공유’의 가치를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모임이다. 정확한 역할도, 고정된 회원도 없지만 반대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다면 예술인이든 마을 주민이든 누구나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2013년 공간 ‘옴팡’이 춘의동에 개소된 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춘의동 197길 네트워크’가 흩어져있던 공간들을 ‘공유’란 가치로 연결하며 ‘꼬뮌197’이란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로 발전했다.

춘의동에서 문화예술교육과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은 가치를 중심으로 주체들이 연결되는 실험을 지향하고, ‘모두의 공간, 모두가 기획자, 공동작업장’을 주요한 활동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개인과 그룹, 단체들을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삶의 조건에 있는 무명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2022년부터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의 실질적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 ‘공유지의 실험 시즌2’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올해 주목한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이다. 지속 가능성의 출발은 지난 10년간 만난 다양한 감각의 주체들이 서로 연결되려는 욕망에서 시작한다.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소수자들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목적이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물적 기반 조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뒷산 놀이터탐험대' 활동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뒷산 놀이터탐험대’ 활동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뒷산 놀이터탐험대’ 활동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1) 춘의동 놀이터 실험실 ‘뒷산 놀이터탐험대’

언제든 모여 갈 수 있는 동네 뒷산의 자연과 흙을 함께 공유하며 놀아보는 뒷산 놀이터탐험대는 춘의동에서 가장 가까운 원미산과 도당산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직접 뒷산을 탐색하고 놀아볼 장소와 놀거리를 구성해본 프로젝트다.

탐험대원들은 지난 6~8월 3달간 6회에 걸쳐 동네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놀이터를 발굴하고 흙과 나무 등 다른 매체와 함께 접목해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놀이터로서의 모습을 제안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로 구성된 탐험대원들은 도당산과 원미산 두 곳을 탐색하고 그곳에 어울릴 오브제를 도자기로 만들어 다시 산에 올라가 배치해 보고 놀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안내할 뒷산 놀이터 책자를 팀원 대원들이 직접 기획해 제작하기도 했다.

2) ‘제6회 춘의동 골목 걷기대회’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춘의동 골목 걷기대회’는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행사로, 춘의동의 고유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춘의동 골목을 코스를 따라 걷고 탐사하며, 준비한 선물을 나누고 놀이하는 등 춘의동의 다양한 존재들과 만나는 자리다. 그동안은 청소년이 주체가 돼 운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오는 11월 진행에서는 경기에코뮤지엄과 함께 춘의동의 고유한 축제로의 확장을 목표하고 있다.

▲‘공유지 살롱’에서 나눈 ‘60대 할머니 이야기’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공유지 살롱’에서 나눈 ‘60대 할머니 이야기’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공유 공간’ 활동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공유 공간’ 활동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3) ‘제2회 공유지 일상 축제’

지난해 처음 시작된 ‘공유축제’는 불편함과 낯섦 속에서 타자와의 공존을 그리는 기회가 됐다. 특별한 날에 무언가를 하기보다 일상에서, 마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표출하며 서로 다른 ‘공유’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일상화하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꼬뮌 197’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공론장을 펼치는 ‘공유지 살롱’이 있다. 공유 공간에 대한 수다, 60대 할머니들의 이야기 등 나누고 싶은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공론을 통해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시간이다.

4인 이내의 참여자들이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발생한 다양한 사건을 정리하고 각각의 일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단어 또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감정 카드 만들기 워크숍’도 진행됐다. 춘의동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워크숍을 통해 불편할 수 있는 감정을 즐겁게 드러내보는 자리다.

4) ‘춘의동 발효 축제’

‘춘의동 발효 축제’는 지난 3년간 발효를 주제로한 동네 사람들의 만남을 정착시키며, ‘느림’과 ‘고유문화’에 대해 질문하는 프로젝트다.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효에 관한 학교를 운영, 학교에 참가한 사람들이 만든 발효 음식을 지역 사람들에게 나누며 한 해의 활동을 나누는 발효 축제를 진행하는 행사다. 지난 7~11월 5회에 걸친 발효학교를 운영해 11월 축제를 앞두고 있다.

▲ 지난 17일 ‘꼬뮌 197’ 공간에 설치된 공유냉장고. 이날 ‘나눔의 귀재’가 만든 반찬 150여인분이 채워져 있는 모습.
▲ 지난 17일 ‘꼬뮌 197’ 공간에 설치된 공유냉장고. 이날 ‘나눔의 귀재’가 만든 반찬 150여인분이 채워져 있는 모습.

5) 음식을 통한 춘의동 나눔 공동체 ‘공유 냉장고’

춘의동 곳곳 공간에 설치된 ‘공유 냉장고’는 지역 주민들과 ‘공유’의 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다. 마을 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간식을 채워 넣어 나누는 공유 냉장고는 ‘나눔의 귀재’라는 소모임을 중심으로 나눔 공동체 조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더 연결하고 그 연결을 기반으로 ‘춘의동 동네 부엌’ 조성을 위한 물적·인적 기반을 형성한다.

▲ 지난 17일 부천 ‘꼬뮌 197’에서 공유 냉장고 반찬을 만들고 있는 ‘나눔의 귀재’ 모습.
▲ 지난 17일 부천 ‘꼬뮌 197’에서 공유 냉장고 반찬을 만들고 있는 ‘나눔의 귀재’ 모습.

도예 공방, 뜨개 공방 등 모두 4곳에서 운영되는 공유 냉장고는 소소한 것이라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나눔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매월 1회 1인 세대와 마을 주민들을 위해 반찬을 나눠온 나눔의 귀재 이선희 대표는 “손자가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을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걸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공유’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춘의동 마을 살이’ 공동체영화상영회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 ‘춘의동 마을 살이’ 공동체영화상영회 모습. /사진제공=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

6) 발달장애인의 ‘춘의동 마을 살이’ 시즌2

춘의동에서 도예 작가이자 지역 청년으로, 발달장애인으로 살아온 3인의 청년들이 춘의동 5개 공간에 필요한 소품을 기획하고, 인터뷰와 리서치 활동, 공동체 영화상영회를 운영한 ‘춘의동 마을 살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어진다.

장애인은 복지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한다는 태도와 시선을 깨고 당사자들의 언어와 느낌과 상상으로 만들어가는 ‘춘의동 마을 살이’ 활동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환경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일깨워준다.

▲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호정 도예활동가(왼쪽)와 김찬희 활동가(오른쪽)의 모습.
▲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호정 도예활동가(왼쪽)와 김찬희 활동가(오른쪽)의 모습.

▲ 미래 세대에 전할 변함없는 ‘공유’의 가치

이밖에도 ‘공유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2년 동안의 활동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공유하며 춘의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카이빙하고, 춘의동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참여하고자 하는 다양한 존재들의 확장을 목표하고 있다.

올해 다양한 춘의동 네트워킹 활동을 기획한 이호정 도예활동가는 “처음에는 그저 반찬을 나눠주거나 의견 차이로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공유 냉장고 등을 통해 주고 받은 건 ‘공유’에 대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마을과 공유지에선 마음 둘 곳이 생기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고, 내가 나눈 것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그것이 ‘공유’라는 유산을 남겨주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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