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의 고통을 잊지 마십시오,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자들 울립니다.”
23일 오전 8시쯤 성남 분당의 한 초등학교 앞. 학교 앞을 지나던 시민들과 등교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 놓인 100여개의 근조화환에 적힌 문구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근조화환 문구를 본 한 학부모는 해당 학교 초등생 자녀와 함께 등교하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즉각 이야기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근조화환 시위를 주최한 ‘학폭 OUT 학부모·주민 모임’은 최근 발생한 분당 한 초등생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교육당국의 솜방망이 징계 비판, 가해 학생 중 한 명의 학부모인 이영경 성남시의원 사퇴, 피해 학생 치유 회복 등을 요구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SNS 단체방을 통해 근조화환을 자발적으로 주문해 학교 앞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번 시위에 동참했다. 현재 해당 단체방에는 700여명 학부모들이 모여 있다.
모임을 만든 분당지역 학부모 나영호씨는 “학폭 피해 학생이 조손가정이라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파서 힘이 돼주고 싶었다”며 “가해 학생 중 한 부모는 시의원이고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학폭위 처분도 불공정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내 자녀도 학폭 피해 당사자였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육당국의 대처 등에 있어서 공분을 느낀 경험이 있다”며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근조화환을 보낸 학부모 40대 신혜정씨는 “사건이 극악한데도 가해 학부모가 시의원이다 보니까 처분이 불공정하게 이뤄진 것 같다”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40대 박은정씨는 “피해 아동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분당 엄마, 아빠들이 같이 동참해서 지켜주고 싶다는 학부모의 마음으로 시위에 동참했다”며 “학교는 안전하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 곳인데 학폭이 일어났다는 걸 가볍게 치부해선 안 된다. 교육계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자를 등교시킨 송모(73)씨는 “학군이 좋은 곳인데 이런 사건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속상하다”며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이 주변으로 중고등학교도 다같이 가야하는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글·사진 김규식·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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