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23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 전 부의장은 6선 의원을 지낸 원로 정치인으로 MB 정부 당시 ‘미스터 위기 관리’, ‘상왕’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정치적 실세로 주목받았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 전 부의장 측은 그간 고인이 지병을 앓아오다 이날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과거 이 전 부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우리 집안은 서열이 명확하다. 명박이가 날 좀 어렵게 생각한다”며 6살 터울인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대선 직후 회식 자리에서 한 선거 관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폭탄주를 제안하자 이 전 부의장이 “안 돼”라고 잘라 말하며 제지한 일화도 유명하다. 말 그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늘 같은 형’이었던 셈이다.
그는 2017년 한나라당 의원을 지낼 당시 언론들이 자신의 발언을 대통령과 연계시키는 것과 관련해”내가 이명박 똘마니냐. 사람 대접을 해달라”며 “제가 개인적으로 하는 말을 대통령이랑 연결 시키지 말아 달라. 나도 국회부의장까지 한 사람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개된 이상득 전 부의장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 일본 오사카의 조선인 마을에서 목장 노동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광복 이후 한국으로 귀국해 포항 동지고를 졸업한 뒤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지만 부상으로 중퇴했다. 이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캠밸대 명예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1년 코오롱 1기 신입 공채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초고속 승진을 거쳐 17년 만에 코오롱 대표, 코오롱상사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1988년 정계에 입문한 고인은 13대 국회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14·15·16·17·18대까지 6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국회부의장·운영위원장·재정경제위원장·한일의원연맹회장·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다. 산업 발전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과 ‘산업훈장 동탑훈장’을 받기도 했다.
친동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 그는 이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상왕(자리를 물려주고 들어앉은 임금)’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그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으로서 금융개혁법 통과를 이끌어내 ‘미스터 위기 관리’로 불리기도 했다. 2007년에는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경선 상대였던 박근혜 후보와 가교 역할을 하며 당을 하나로 단합시켰다.
고인은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 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년 2개월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 친형이 구속된 첫 사례였으며,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수사팀 소속이었다. 2013년 출소한 이 전 부의장은 2015년 포스코그룹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3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한편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신자 씨와 자녀 이지형·이성은·이지은 씨, 며느리 조재희 씨, 사위 구본천·오정석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소망교회 선교관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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