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임상원 픽스업헬스 대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미국 병원치료의 모습을 바꾸는 임상원 픽스업헬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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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인의 30%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걸로 조사됐다. 근골격계 질환 특성상 병원 외래방문이 쉽지않고, 재택으로 치료법을 잘 지키는 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의료진이 원격으로 환자들의 재활운동을 모니터링하고 바로잡아주면 어떨까. 한국인 스타트업 픽스업헬스가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섰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는 지난 7월 픽스업헬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픽스업헬스가 갓 창업한 신생 기업인 데다 미국서 활동하는 이스라엘계 VC(벤처캐피탈) 래빗(Rabbit)도 투자에 동참해 화제였다.
픽스업헬스는 하버드대 대학원과 부속병원 등에서 연구자 겸 물리채활치료사로 임상경험을 쌓은 임상원 대표가 지난해 설립했다. 한국서 먼저 세웠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로 올해 본사를 옮긴 ‘플립’ 기업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한 달에 3주는 미국에 머물면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美 석사만 2개’ 물리치료·데이터전문가에서 창업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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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원 픽스업헬스 대표는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했다. 이후 미국 보스턴의 MGH 보건전문대학원(IHP)에서 물리치료학,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질병역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의 히브루 재활센터,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근무했다.
이때 임상경험을 쌓으면서 재활치료 환자들이 가정에서 꾸준히 재활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포착했다. 그럼에도 연구를 계속 하고 싶었지 직접 창업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임 대표는 불가피하게 귀국했는데 이후 국내에 머물면서 창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픽스업헬스는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도 지속적인 재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내놨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맞춤형 운동 영상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픽스업헬스의 앱은 단순히 운동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모니터링한다.
앱은 사용 시간, 걸음 수, 각 운동 영상별 통증 정도, 도움 정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는 분석 후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환자의 회복 추세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침이나 개인화된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관련 운동을 추천하고, 환자가 따라한 것을 체크할 수 있다”며 “그 후 통증 개선 정도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대학시절 미국 교재로 공부하다보니 미국에선 물리치료사가 직접 진단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치 한국의 재활의학과 의사처럼 환자를 독립적으로 치료하고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연구를 더 하고 싶었지만 임상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 임상부터 시작했다”며 “그 기간 동안 질병역학 석사과정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석사과정을 마친 뒤엔 매사추세츠주 종합병원에서 의료 데이터분석가로 경력을 쌓아갔다. 코로나19 이후 창업으로 항로가 바뀌기는 했지만 이때 환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비전을 잡았다.
임 대표는 “고관절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우리의 솔루션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진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픽스업헬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재활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에 걸친 개발진들이 기술 고도화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속 성장하는 만큼 픽스업헬스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의 재활치료 모습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임상원 대표(A)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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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활치료 모니터링은 어떤 경우에 이뤄지나.
A. 70대의 고관절 환자가 있다고 하면 수술 후 일주일에 한 두 번이나 몇 달에 한 번 외래진료를 한다. 고관절이 아픈데 30여분 운전을 해야하고, 태워줄 사람이 없다면 치료가 지속적으로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그때 의료진이 환자에게 운동영상이나 교육 콘텐츠를 보내고, 이 분들의 활동이 어떤지 이용 데이터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Q. 모니터링이 잘 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A. 이 환자의 회복 추세가 어떤지 분석을 통해 의료진에게 보낸다. 의료진은 ‘이 환자가 재활을 잘 하고 있다’, 아니면 ‘갑자기 통증이 높아졌으니 외래 방문을 앞당기자’ 이런 판단이 가능해진다.
Q.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A. 첫째 미국에서 다양한 헬스케어 산업을 겪다보니 그 시장의 니즈를 이해하는 게 가능했다. 또 미국에서는 피지컬 테라피스트(물리치료사)들이 의사의 처방 없이도 독립적으로 환자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이런 솔루션을 제공했을 때 활용도가 높더라.
Q. 사업 확장 계획은.
A. 보스톤에서 5개 병원으로 시작했고, 더 확장하고 싶다. 디지털서비스에 좀 더 개방적인 서부 시장에 우선 진출하려고 한다. 산간 지역에 살거나 노인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들에게 이런 테크놀로지가 유용하고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
Q. 의료인, 연구자로 살다 창업해보니 힘든 점은 없나.
A. 창업은 하루하루 고비이지만 가슴뛰는 일이다. 팀원을 구성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다 힘들다. 그래도 보람이 크다. 한국에선 창업 초기 정부지원이나 멘토링이 잘 돼 있는 것 같다.
Q.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A. 저처럼 임상에서 일하는데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굳이 창업까진 아니어도 변화를 도모하면 응원하겠다. 도전은 힘들고 용기가 필요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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