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폭로전’으로 나라 거덜 나고 있는데…거론된 여권 인사들, 검경에 고소 안 해
진짜 뭐가 있는 것인지, 공짜 여론조사라도 갖다 쓴 것은 아닌지…불안과 우려 증폭
검찰도 눈치만 보며 수사 지지부진…’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한 몸처럼 엮여 방치하면 공멸(共滅)
尹대통령, 타협하지 않아 대통령까지 된 사람…무겁고 고단한 ‘한동훈의 시간’ 시작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폭로전으로 나라 전체가 말 그대로 거덜 나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의 단독 보도를 좌파 성향 공중파 방송이 호재를 만난 듯 연일 띄우며 국감의 바다에 던졌고, 제1야당이 악착같이 물고 안 놔주면서 한 달 넘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법리스크 똬리에 갇혀 있는 자신들의 수장에 대한 방탄을 넘어 명분이 약해 눈치만 보고 있던 대통령 탄핵 노래의 동력까지 쏠쏠하게 제공해 주니 민주당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감격스러운 외인(外因)일 것이다.
그런데 기자가 정작 궁금한 점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 내외 말고도 다수의 여권 인사들이 명 씨의 입에서 주접스럽게 거론되고 있는데 아니, 가히 협박질까지 당하고 있는데, 왜 이들은 잠자코 가만히 있을까 하는 것이다. 명 씨의 주장은 한 마디로 다 내가 만들었고, 다 나의 도움을 받았고, 나하고 안 친한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장 검경에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조계에서는 당사자들이 고소만 하면 당장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63빌딩 지을 때의 벽돌공”, “미친 놈” “같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모욕” 등등 말로만 성토할 것이 아니라 직접 법적 심판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러지들 못하고 있으니 진짜 뭐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넘쳐난다. 심지어 명 씨는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겁나서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조롱하고 이죽거리고 있는데도 대꾸가 없다. 어지간한 여권 인사들은 이미 ‘밖에 묶인 개’, ‘묶어 놓은 개’ 등 개타령으로 다 도배됐다. 혹여 한때 ‘선생님’으로 모시며 ‘말씀 받아쓰기’라도 한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핑계로 공짜 여론조사라도 슬금슬금 갖다 쓴 것은 아닌지, 당사자들의 침묵에 불안과 우려는 증폭된다.
명 씨의 말만을 종합해 보면, 그의 분노의 핵심은 “돈도 안 주고 정말 개 같이 부려 먹다가 이제는 더러운 개 취급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한 바구니에 담겼던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이 사달이 난 것이고, 그 원인이 몇억도 안 되는 돈 때문이었다면 명 씨가 엄청난 이권에 개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대로 “나름대로 뭔가는 많이 했는데 보상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스스로를 돈 받고 표 거래하는 브로커나 사기꾼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하는 ‘컨설턴트’라고 자부하고 있는 만큼 수틀리면 다 물고 들어갈 일이 정말 생길까 걱정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사이즈가 작아도 명 씨가 작심하고 죽자고 덤벼들면 자신 있게 배치기 할 수 있는 인사는 드물 것”이라는 얘기가 버젓이 횡행할까.
지난해 12월 경상남도 선관위로부터 의뢰를 받은 창원지검의 수사도 1년이 다 돼 가도록 지지부진하다. 물론 6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이해도 되지만 계속 눈치만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판국이니 “검찰 조사 삐딱하면 (김 여사와의) 공적대화 같은 거 다 풀어서 끝낼 것”이라는 명 씨의 으름장만 배가 된다. 초반에 그냥 방조죄 정도로 싸게 끊을 수 있었지만 쓸데없이 묵은 지 만들어 욕이라는 욕은 다 먹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거울삼아 지금이라도 서울로 가져와 수사하는 편이 국민들 보기에도 훨씬 나을 것이다. 이미 ‘명태균 의혹’은 직접 관계자도 아닌 사람들이 놀이하듯이 경찰에 고발하거나 기소권도 변변치 않은 공수처에서 주물럭거려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기막힌 논란의 진앙지인 강 씨는 국감장에서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며 명 씨가 거래한 여당 정치인 25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이미 ‘게이트’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한 정치 브로커의 여론조사 조작과 선거·국정 개입, 공천장사 의혹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한 몸처럼 엮여 극단적인 아군 총질과 여야 충돌,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결단코 여권의 공멸(共滅)이다.
윤 대통령은 타협하지 않아서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다. 더욱이 조선 최고의 사랑꾼이 된 지금 그 앞에서 소통(疏通) 운운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모자라 보인다. 제로 콜라 한 잔 얻어먹고 왔으면 한동훈 대표도 할 만큼 한 것이다. ‘빈손 회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별로 없었다. ‘김 여사 해법’은 처음부터 가당치도 않았다. 다만, 여권 전체에 그 옛날 박지원, 김기춘 실장처럼 노련하게 가르마 타 줄 책사 한 명 없는 상황에서 한 대표의 드리블만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기껏해야 20명 남짓한 세력의 여당 수장은 이제 무엇을 하며 국민만 바라볼 수 있을까. 수평적 당정 관계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헤어질 결심’을 할 것인가. 제2의 유승민을 각오하고 ‘김건희 특검’이라도 받을 것인가. 이도 아니면 한 달도 안 남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모든 명운을 걸고 결과만 기다릴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하면 이 난국을 돌파해 거대 야당에 맞서고 차기 지방선거와 궁극적으로 대선까지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무겁고 고단한 한동훈의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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