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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변화의 기로] “한여름에도 선풍기 못 틀어”…에너지 양극화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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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한 쪽방촌 주택이 더위에 취약한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져 있다./사진제공=중부일보

“예전 여름엔 무더위를 견딜 만했는데 이제는 씻고 나와도 온몸에 금방 땀이 쏟아지기 일쑤예요. 선풍기는 전기세 때문에 매번 틀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한낮 기온이 35도를 치솟는 지난 8월쯤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모(80)씨는 무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성인 3명이 앉으면 꽉 차는 비좁은 집에 사는 김씨는 선풍기에 의존한 채 무더위를 나고 있었다. 그나마 있는 선풍기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가끔 틀어놓는다고 했다.

김씨와 함께 거주하는 나머지 9개 세대도 비슷한 처지다.

김씨는 주택이 노후화해 한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로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양극단으로 치닫는 여름철과 겨울철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와 달리 서울에 거주 중인 정모(30)씨 집은 상반된 모습이었다.

에어컨 희망 온도를 20도로 맞춘 정씨는 한여름에도 이불을 덮은 채 무더위를 달랜다고 했다.

정씨는 “에어컨만 틀면 춥고 이불을 덮으면 잠이 잘 온다”며 “전기요금을 내고 에어컨을 트는 건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했다.

기후위기가 앞당겨지면서 ‘에너지 빈부격차’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는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국민의 복리 증진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행 에너지법 제4조에 따르면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해야 한다.

▲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던 8월 오후 12시쯤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한 쪽방촌에서 김모(80)씨가 냉장고를 열고 있다./사진제공=중부일보

▲기후 변화할수록 에너지 수급 양극화

기후위기는 경제적 수준에 따른 에너지 수급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20년 가구에너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가구당 0.73대 에어컨을 보유한 반면, 월평균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는 1.13대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컨 연간 전력소비량도 소득수준별로 편차가 두드러졌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205.5㎾h(킬로와트시) 전력을 사용한지만, 200~400만원 가구는 350.1㎾h, 400~600만원 가구는 484.9㎾h, 600만원 이상 가구는 620.6㎾h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선풍기 사용에 따른 전력소비량도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28.6㎾h, 600만원 이상 가구는 51.6㎾h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에너지 빈부격차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 비정부기구(NGO) 옥스팜(OXFAM)이 2020년 발간한 ‘탄소 불평등에 직면하다’ 보고서를 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소득 상위 10%(약 6.3억명)가 배출한 탄소량은 전체 52%에 달했다.

상위 1%의 탄소 배출량은 15%를 기록한 반면, 하위 50%는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가 하위 50%에 비해 인구수는 약 49배 적지만 탄소 배출량은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에너지 빈부격차 가속화…“에너지 복지 필요”

2005년 겨울, 경기도 광주에서 한 여중생이 전기장판으로 틀고 지내다 전기요금 수십 만원가량 체납돼 전기가 끊겼다. 단전으로 촛불을 켜고 잠든 여중생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 복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다음해 출범한 한국에너지재단은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냉난방기기 지원을 늘려가고 있지만, 수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 가구에 대한 지원은 최근 들어 소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냉난방기기를 무상 지원하는 봉사단체에 대한 후원도 매년 줄고 있다.

한 연탄은행 관계자는 “연탄 후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여름이 더워지면서 에어컨 설치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에어컨, 선풍기 설치 지원도 사실상 후원이 없다 보니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에너지 빈부격차는 재난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습격하고 있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반지하주택이다. 폭설 및 이상 한파 시에도 난방이 어려운 노후 주택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기후위기 시계’. 기후위기 시계는 7일 기준 산업화 시기 대비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CO2) 양이 전부 소진되기까지 4년 10개월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사진제공=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

▲전문가들 “비용 완화·자립도 높여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선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기온 상승이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협정을 채택, ‘1.5℃’를 기후위기의 중대한 분기점인 이른바 ‘티핑 포인트’로 간주해 왔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 넘게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하지만 1.5℃ 상승 시점은 2100년이 아닌 2029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 기후변화시계는 최근 티핑 포인트인 평균기온 1.5℃ 상승 시점까지 4년10개월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불평등은 가속화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안진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탄소 배출량이 계속해서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티핑 포인트를 1.5℃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3~4℃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했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상대로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자급자족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기후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부문에서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고 저소득층에는 직접적이고 더 큰 강도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공공재적 관점의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바우처 등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며 “기후변화 피해가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면서 일회성 정책이 아닌 에너지 빈곤층의 비용 부담 완화 및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빈부격차에 관한 연구를 확대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계와 정부, 기업, 시민이 모여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예상치 못한 수준의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계층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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