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회동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가운데, 여권 내부의 ‘후폭풍’이 감지된다. 대통령실과 친한계가 이번 회동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헤어질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 윤-한 거리감만 확인한 회동
22일 친한계는 전날(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에 대해 ‘혹평’을 내놓았다. 친한계는 이번 회동이 사실상 ‘실패’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줄곧 강조한 ‘3대 요구안’ 중 단 하나도 수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별로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7일 공개적으로 김건희 여사를 직접 겨냥해 대통령실의 ‘쇄신’을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비롯해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의혹에 대한 적극 해명 등이다. 지난 10·16 보궐선거에서 텃밭 사수에 성공한 만큼 자신감도 역력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및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 등도 거론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했고, 김 여사의 활동 자제와 관련해선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규명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으면 막연히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 사실상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친 셈이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 입장차가 여실히 드러난 것에 대해 친한계 내부에선 ‘무기력감’이 드러났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식의 차이가 양쪽이 좀 컸던 것 같다”며 “인식의 차이 때문에 간극이 좁혀지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안에 대한 이견도 문제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존중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친한계는 더욱 발끈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이 지연되면서 한 대표가 약 20여 분간 밖에서 기다렸다는 전언이 나오는 데다, 긴 테이블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은 것도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회동 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찬을 한 것도 한 대표의 기분을 상하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대표는 이날 친한계 텔레그램 단체방에 해당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좁힐 수 없는 거리감만 확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측이 각자의 길을 갈 가능성이 커진 모습이다. 이날 오전 일정을 취소한 한 대표는 오후 일정을 재개하면서 ‘민심’을 강조했다. 그는 인천 강화 풍물시장 방문 현장에서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친한계 의원들과의 만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향후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치권의 시선은 ‘김건희 특검법’에 쏠리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더 강력해진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고 여당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만큼 한 대표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이야기했듯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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