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이번 일정에 앞서 예고됐던 다른 공개 일정을 돌연 취소해 정치권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끝난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결과를 전했다. 회동에 배석하지 않은 박 실장은 한 대표로부터 구두로 결과를 전해 받았다고 했다.
당초 한 대표가 직접 회담 결과를 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자 박 실장이 이날 대리 발표로 대체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정부의 각종 개혁 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 의사와 당 차원의 지원도 밝혔다. 다만 회동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실도 회동 직후 별도로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회담 후 공식 브리핑 대신 “산책도 하고 대화의 주제는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대통령의 인사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고, 대외활동 중단에 대해선 공식 활동을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를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회동이 결국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의제에 대한 논의는 이뤄졌지만,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만을 재확인하며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동에서 보여준 양측의 엇갈린 입장은 정치권의 갈등 해소에 어려움을 예고하는 한편,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 등 공적 관리 강화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방침이지만, 한 대표 측의 요구와 여론이 이와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하면서 향후 정국 운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 두고 당정 갈등 심화
회담에서 별다른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갈등은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한 대표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김건희 특검법 방어 논리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면담이 사실상 윤-한 갈등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된 특검법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경우, 한 대표가 당내 이탈표를 방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2일 “한 대표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김건희 특검’으로 민심을 따르라”고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김 여사의 사과나 활동 자제, 인적 쇄신,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따위로 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판”이라며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길 외에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대표가 야당과 손잡고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빈손 회동이 여권 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할 경우 당내 기반이 약한 한 대표가 리더십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한 대표의 차별화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내부 분열이 심화되면 한 대표가 정치적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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