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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가시나, 엄마를 이런 데 세워놓고…용기 내서 살라던 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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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정말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저는 재현이가 참사 당시에는 살아서 왔었기 때문에 그때 물론 옆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재현이를 봐오기는 했지만, 그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라는 걸 정말 이해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니까 조금은 그때 그 아이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생존자로 구조됐다 43일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이재현 군(16)의 어머니 송해진 씨는 참사 2주기 추모 구술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발간 기자 간담회에서 “작가분이랑 재현이 이야기 많이 할 수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그 당시에 생각하지 못한 면을 또 생각하게 되고 그럼 그때 그 장면이 저에게 또다른 의미로 기억이 남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씨는 “이 책에서 제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참사를 기억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하면 너무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잠깐 피하고 싶고 눈 돌리고 싶고 이런 심정들, 저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살아내야 하고 또 앞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기억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씨는 구술집을 “그날 그 자리에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있던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며 “희생자와 여러 가지 관계로 얽혀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충분히 힘들고 ‘2차 가해’나 여러 부정적인 시각이 많기도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시간이 있고, 또 마찬가지로 정말 한순간 의미가 없어서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故) 김산하 씨(25)의 어머니 신지현 씨는 “이놈의 가시나, 엄마를 이런 데 세워놓고”라는 말로 어렵게 일을 열었다. 그러면서 “용기 내서 살라고 했던 딸이었는데, 그래서 가면서도 나한테 이런 자리 서게 하는 것 같아서 원망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우리 딸이 ‘엄마 억울해’라고 말은 못하지만 저는 너무 억울하다”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참사의 진상이) 감춰지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감춰져서 묻혀버릴까봐 그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계속 소리를 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핼로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향해 “구청장이 말하는 그 ‘현상’을 원인으로 대하지 않고 예방하지 못해서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구청장 등 책임자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과 관련해 “무죄로 잠깐 웃겠지만 당신들이 가진 권한의 무게만큼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는 다시 돌아오는 참사는 ‘학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씨는 구술집을 “우리 딸아이, 그 나이 또래 20~30대 친구들에게 한 권씩 보내주고 싶다”며 “정말 너희들이 그곳에(이태원에) 놀러 갔는데, 그렇게 살려달라고 구조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안 와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10월 22일 서울 중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故 이한빛 PD 어머니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들,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故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 씨가 구술집 작가기록단 일원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아들을 잃은 유가족으로 같은 아픔을 갖고 있고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 과정 투쟁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며 “(인터뷰하고 글 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을 그냥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같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으로 기록단 활동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않을까 해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뒤죽박죽 되고 불쑥불쑥 떠난 자식이 보고 싶어서 울음이 치솟는 모든 게 비정상적인 삶”이라며 “이런 삶도 자식이 떠났는데 당연한 것이고 어떤 상태든 괜찮다, 어떻게 느끼든 당신의 마음은 옳다”라는 이야기를 유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2차 가해’와 관련해 “남들이 볼 때는 아주 사소해도 유가족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함부로 던지는 혐오의 말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섣부른 평가가 유가족들에게 왜 살아갈 의혹을 잃게 하는지, 무심코 하는 말이 유가족들을 얼마나 위축되게 하고 줄어들게 하는지 (구술집을 통해)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인식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는 “(구술집의) 핵심 메시지는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라는 제목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며 “참사를 통해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참사는 결국 그 시간 그 장소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제고 어떤 공간에서 다시 그 모습을, 굉장히 광폭한 모습으로 드러내면서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주지했다.

이어 “참사 이후에 2년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사실 그 사이에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참사 직후에 부모님들이 가지게 되었던 어떤 감정의 모양, 활동의 폭 이런 것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깊고 넓었던 부분이 있었다”며 “그 말들 속에서 진짜 우리 사회에 지금 들려줘야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 2년간 유가족 협의회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인가 이 부분을 좀 중점적으로 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2주기에 발간된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창비 펴냄)는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 17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구파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권은비 미술가, 김혜영 고(故) 이한빛 PD 어머니, 라이언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박내현 노동인권 활동가, 박희정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 정인식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 홍세미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 등 8명의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부모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씀, 창비 펴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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