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회사 사무실에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리셉션(프론트)이 일반적이다. 리셉션은 외부 방문자들에게 회사의 첫 인상이자 회사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공간인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입주한 지 10년이 된 에이온(AON) 한국 지사는 ‘죽어버린 리셉션’을 되살리기 위해 올해 초 대대적인 인테리어 변화에 나섰다.
에이온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험사다. 한국지사는 2014년에 처음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 문을 열면서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180명이 넘는 직원들이 400평 규모의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만큼 에이온은 직원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담은 사무실로 바꾸기를 원했다.
지난 17일 오후 에이온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리셉션 데스크는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베이지 톤의 따뜻한 느낌이 외부인을 반겼다. 입구 공간의 절반은 리셉션 데스크지만 절반은 통유리창으로 트여있어서, 밝은 빛과 함께 개방감을 준다. 리셉션 공간의 뒷쪽은 직원들이 간단한 아침식사나 간식을 해결할 수 있는 팬트리다. 과거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던 리셉션 공간과 달리 이곳은 팀별 회의공간, 사내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전사 회의를 할 때는 모든 벽을 접어 다같이 타운홀 미팅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직원들의 업무공간은 한번 더 카드를 찍고 들어가게 돼있다. 고객사 정보와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보험사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업무공간 내부에는 직원들 사이를 가로막는 가림막이 없었다. 대표나 임원들 만을 위한 방도 없다. 스마트오피스의 기본인 자율좌석제로 직원들은 매일 자신이 일할 장소를 직접 정할 수 있고 집중이 필요할 때는 앞뒤 옆이 막힌 포커스 룸에서 업무를 하기도 한다.
굳이 분리가 필요한 곳에는 파티션 대신 서랍을 놓아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직렬로 맞춰 줄서있던 사무실 책상 대신 곡선형태로 자유롭게 놓인 책상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김규정 에이온 한국지사 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에이온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JLL에 따르면 에이온 측의 인테리어 목표는 직원들의 니즈에 맞춰져 있었고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인테리어를 점검하고 아이디어를 보탰다.
김 대표는 “보험업계나 금융업 특성상 딱딱한 분위기를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다”며 “이전 사무실에서는 오래된 리셉션과 답답해 보이는 휴게 공간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아 죽어버렸었는데, 입구에서부터 활기찬 직원들이 보이니 훨씬 분위기가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리셉션은 당연히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지만, 사실 그곳에 더 오래 머무는 이들은 직원들이다. 외부 손님이 없을 때 활용도가 높은 넓은 공간을 직원들이 주가 되어 사용하길 바랐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업무공간이 개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고객사들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에이온 글로벌에서는 사무실 인테리어 규정으로 미팅룸에 가림막 필름을 부착할 것을 권고한다. 에이온 한국지사의 사무실 한 켠에도 외부에서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는 미팅룸들이 있었는데, 필름 중간이 얇은 실 모양으로 끊어져 있고 그 위로 다시 붙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JLL코리아 측은 벽 전체를 가려버리면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지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얇게 틈을 내놓고, 대신 그 위로 글로벌 규정보다 더 높이 필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또 회의 내용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천장과 벽에 흡음패널로 보안을 더했다.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부분은 사무가구다. 직원들 개개인의 체형에 맞출수 있도록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은 기본이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150만원 대의 의자를 사무실 의자로 결정하면서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업무가 많은 보험사 직원들의 취향을 적중시켰다. 180명이 넘는 직원들의 의자와 여유분을 모두 150만원대로 바꾸면 의자 비용만 3억에 가깝다. 김 대표는 “10년 만의 변화이고 어차피 큰 비용을 지불한다면 더 신경써서 최고의 만족도를 주고 싶었다”며 직접 인테리어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사무실 인테리어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설명하면서 JLL코리아는 또다른 고객사 그룹M의 예시를 들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그룹M은 마인드쉐어, 웨이브메이커 등 다양한 에이전시를 산하에 두고 있고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통합해 근무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각 에이전시 별 소속감을 강조하기 위해 에이전시 별 색깔을 활용하고 동시에 개별 간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동선을 구성하고 여러개의 작은 미팅룸을 신설했다.
또한 미디어그룹이라는 정체성에 맞춰 공간에 창의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넣었다. 업무공간의 사무용 책상은 타원형이며 의자들도 각양각생으로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규은 JLL 코리아 디자인 솔루션스 상무는 “미래의 사무실 디자인은 지속가능성, 직원 건강과 웰빙, 그리고 기술 통합을 핵심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최첨단 기술이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사무실의 변화가 생산성과 협업을 촉진한다. 내일의 사무실은 사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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