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임금·노동시간·고용안정 등 핵심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다수 노동자들이 불법이나 탈법 위험에 놓여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22일 ‘2024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27일까지 8209명(노동조합 미가입 6783명)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비정규직 23%, 특수고용, 프리랜서, 6.3%, 30인 미만 노동자 52.5%, 산업단지 노동자가 21.3%였다.
그 결과, 최근 3개월 기준 월 임금 총액(세전)은 평균 292.6만원이었다. 월 임금은 남성(334.7만원)이 여성(266.4만원)에 비해 높았고 정규직(322.4만원)이 비정규직(266.5만원)보다 100만원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체 규모로 나누면 5인 미만 사업장은 223.2만원, 200인 이상이 374.5만원으로 약 150만원 차이가 났다.
직장의 불만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임금이 너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이 25.1%로 가장 많았다.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고 답변한 노동자는 절반에 가까운 44.2%였다. 특히 출퇴근을 매일 기록할 수 있는 사업장에서도 절반이 넘는 사업장(51.3%)에서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등 불법적인 임금 지급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임금체불과 관련해서는 9.3%가 임금체불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산업단지에서는 노동자 14.8%는 최근 1년 동안 임금 체불을 경험하는 등 노동법 위반이 비율이 높았다. 산업단지는 조성단계부터 입주와 분양, 관리와 운영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관계하는 사업이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연구원 박영민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역에서 노동법 위반율이 오히려 높다는 것은 정부의 노동관계법 이행의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짚었다.
연차, 휴일, 휴게공간도 미흡했다. 지난해 연차휴가의 30% 이하만 사용한 노동자는 35.2%로 였으며, 이중 62.3%는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형태가 불안정할수록 연차 사용에 자유롭지 못한 노동자 비율이 높았다. 연차 사용이 어려운 노동자들 중 절반이 넘은 노동자가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보장받는 노동자 비율은 65.4%로,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여전했다. 이에 더해 노동시간 단축제도나 임신이나 육아, 가족 돌봄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되는 비율은 40% 미만으로 낮았으며 5인 미만 사업체에서는 임신기 노동시간 단축제도 시행률도 19.5%에 불과해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보호 현황도 취약했다.
모든 사업장에 설치돼야 할 휴게시설의 설치 비율도 낮았다. 지난해 8월 이후 법적 설치 의무가 있는 20인 이상 사업장에도 59.7%만 휴게시설을 설치한 상황이다.
불법파견, 위장도급으로 인한 ‘위험 사업장’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파견 노동자의 83.6%가 정규직과 차별적 처우를 경험했다. 파견노동자나 도급 노동자 중 30%가량의 노동자가 원청의 업무지휘나 인사 결정을 겪었다고 답변하는 등 파견이나 도급노동자 관련 노동법 위반 위험이 관측됐다.
노동자들은 현 정부에 바라는 노동정책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저임금 해소’(32.1%)로 가장 많이 지목했다. 뒤이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고용안정’(26.4%), ‘노동법 위반 사업장 강력 처벌’(25.1%) 순이었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미조직 노동자의 65.1%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봤으며 노조의 경제적, 사회적 역할 관련한 문항에 55.5~61.5%가 긍정 답변을 내놨다.
박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는 노동약자 보호 정책으로 △노동약자 지원 전달체계 구축 △이음센터 등을 통한 의견 수렴 △분쟁조정 지원 △노동약자 지원 보호등 법 제정을 제시했는데, 이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노동자의 정책 요구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은 핵심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현행 노동관계법 이행 제고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미 검증된 노동조건 개선과 보호 제도로서 노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행정 전환에 즉시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포괄임금제 폐지, 차별 없는 휴일과 휴게권 보장, 미조직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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