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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국정은 수렁 헤매는데 여권엔 절박감도 위기감도 보이지 않아”

미디어오늘 조회수  

▲10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면담을 가진 모습. 사진=대통령실
▲10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면담을 가진 모습. 사진=대통령실

김영선 전 의원이 ‘명태균 덕을 봐서 국회의원이 됐다’는 통화 녹취록이 21일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측에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한 대가로 2022년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공천을 받았다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날 신문들이 사설로 검찰이 실체를 규명하도록 촉구한 가운데 경향신문은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80여분 면담했지만 맹탕으로 끝났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내놓은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를 위한 3대 요구에 수용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커지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여론조사 의혹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누가 줬느냐는 질문에 “김 여사가 줬다”고 답했다. 강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 전 의원 보좌진이었다. 강씨는 “명씨가 김 여사와 일을 했다고 수시로 얘기했다.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가 힘을 작용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21일 경향신문
▲21일 경향신문

강씨는 또 윤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81회의 여론조사를 했는데 금액이 3억7500만원이고 이 비용을 받지 못했다며 “(명씨가) 돈은 안 받아오고 김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했다.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 받았다고도 했다. 강씨는 “보정이 아니라 조작했다”며 500~600개의 샘플 조사 결과를 곱해 2000개로 부풀리는 안 등을 언급했다. 이어 강씨는 김 전 의원이 당선 이후 명씨에게 세비 절반을 전달했다며 “대략 지금 9600만 원 정도 지급이 됐다. (근거나 자료는) 제가 검찰 쪽에도 제출을 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를 1면과 이어지는 기사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실체가 있는 사건일 가능성이 한층 짙어진 것”이라며 “‘게이트급’으로 커지고 있는 이 사건은 여론조사 조작, 비선의 선거·국정 개입과 공천장사,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고 했다.

▲21일 동아일보
▲21일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하나같이 정당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를 왜곡·훼손하는 중대 범죄 의혹”이라며 “창원지검이 이 건을 수사 중이지만 매번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멈춰서는 검찰을 믿는 사람은 없다. 특검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명씨는 여론조사 비용을 당초 김건희 여사에게 청구하려 했다고 한다.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명씨는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 3명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았다”며 “창원지검은 고발장을 받은 지 9개월이 지나서야 명씨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강씨는 위증하면 처벌받겠다는 선서를 하고 증언했는데,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검찰 등 수사기관이 당장 수사에 나서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날 심우정 검찰총장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지금 창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고작 검사 6명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정치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21일 경향신문
▲21일 경향신문

세계일보는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초점을 맞춘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는 “이번 사태는 무자격 업체가 조작된 여론조사로 정치권에 줄을 대고 그 대가로 자리와 이권을 요구한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예상된 맹탕”…“실망 넘어 분노만 키워”

어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신문들은 이를 1면으로 보도하고 비판하는 사설을 내놨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에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을 요구했다. 신문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어느 것도 수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엔 “자제는 이미 하고 있다”며 제2부속실 설치로 답하고, 김 여사 특검법에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에 ‘여사 라인’이 있다는 의혹, 명태균씨가 주장하는 공천개입 의혹 등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회동 위 별도 서면 입장을 내거나 브리핑하지 않았다.

▲21일 한겨레
▲21일 한겨레

한겨레는 이어지는 5면 기사에서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비서실장이 배석한 차담’으로 응대한 윤 대통령 반응에서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고 했다. “한 대표의 요구사항은 애초 관측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뒤 정치권 안팎에 불가피론이 번져가는 ‘특검’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권 일각에선 ‘예상된 회동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표의 김 여사 해법에 대해 대통령실이 계속해서 불쾌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반영한 최소한의 회담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에선 양측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한 정국 현안을 두고 여권 내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김 여사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불통’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정국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이번 면담을 스스로 걷어차면서 국민의 실망을 넘어 분노만 키운 셈이 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럴 거면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왜 만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 대표는 취임 때 밝힌 대로 국민의 편에 설지 말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여권의 균열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 대표 역시 회동 전부터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등 3대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 자기 정치를 우선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그리고 통상적 당정 관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정은 겉돌고 김 여사와 관련된 듣기 민망한 얘기들이 쏟아지면서 이젠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 그런 성난 민심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의료공백 장기화에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특검 공방 등으로 국정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데도 지금 여권엔 아무런 절박감도 위기감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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