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제79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관들의 노동조합 격인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이하 직협)가 경찰 근무 여건 개선과 경찰청장 소통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직협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문에서 ‘현장경찰관 인권탄압 규탄대회’를 개최해 기동순찰대 신설·중심지역관서 시행·GPS 감시체계 등 조직 개편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감행했다.
직협은 이날 ▲하위직 목소리 경청 및 실질적인 대책 마련 ▲불합리한 감시 체계 즉각 중단 ▲경찰관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 강구 ▲조직 개편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 확보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삭발식에는 직협 민관기 위원장, 윤형호 서울본부장, 장유석 충북본부장 등 9명의 경찰관들이 참가했다.
민 위원장은 “서로 축하해 주고 행복해야 하는 날 수십 년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경찰관들은 정작 현장에서 일한 보람을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면서 “최근 경찰청의 조직 개편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진행돼, 현장 경찰관들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인한 각종 질병과 과로사,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마저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날인데 함께 격려하고 기뻐하고 조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여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통탄스럽다”고 호소했다.
최근 도입된 GPS 순찰 감시 체계에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민 위원장은 “GPS 감시체계는 13만 경찰관들의 개인 사생활까지 통제하는 인권침해 행위로 경찰 조직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결국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전 국민적 치안 대란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공무원들은 명령조직의 특성상 내부규율에 순종적인 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보수적이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위직 경찰관들이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좌절과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현장에 모인 경찰관들은 공통적으로 연차가 낮은 젊은 경찰관들이 경찰직을 이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천안동남경찰서 소속 직협 안세영 과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경찰관이 그만두는 현상이) 올 들어서 작년보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대우를 받지 못하니 경찰로서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보수도 적고 욕만 먹으니 다들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불만도 함께 터져 나왔다. 지난 9일 국회 국민동의 홈페이지에는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으며, 현재 5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청원 게시글을 작성한 김해중부경찰서 소속 김건표 경감은 현장에서 “경찰청장께서 최근 경찰 순찰 시간이 25% 증가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는데, 이는 아주 심각한 발언”이라며 “경찰은 한 해에 약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친다. 대한민국 치안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경찰청은 전쟁에 준한 지시를 해야 하는데 정찰 업무에 100%의 경찰 인력을 투입해 경찰관들을 과로사로 내몰겠다고 하고 있다”며 “25%의 증가율은 경찰 과로사와 자살률 졸음운전 확률을 25% 증가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옥천경찰서 소속 직협 안효식 회장은 “우리는 최악의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감정노동자”라며 “대한민국 경찰들은 중대범죄까지 이어지곤 하는 현장에서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와 세계 최강의 치안 강국이라는 탑을 쌓았지만, 그 결과가 우울증과 순직률 1위라는 불명예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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