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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왜 이곳에 있나①] 집 잃은 라쿤, 서천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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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의 야외방사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라쿤(Raccoon)’의 모습. 보호시설에서는 동물카페, 가정집 등에서 키우다 유기된 라쿤, 미어캣 등 야생동물 개체들이 보호되고 있다./ 사진,편집=박설민 기자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의 야외방사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라쿤(Raccoon)’의 모습. 보호시설에서는 동물카페, 가정집 등에서 키우다 유기된 라쿤, 미어캣 등 야생동물 개체들이 보호되고 있다./ 사진,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서천=박설민 기자  늦더위에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숲속.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폐를 채웠다. 그때 울타리 안 잔디밭을 돌아다니고 있는 몇 마리 동물이 눈에 띄었다. 너구리처럼 보이는 이 동물들의 이름은 ‘라쿤(Raccoon)’. 흔히 ‘미국 너구리’라 불리는 동물이다.

라쿤은 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서식한다. 라쿤과에 속하는 친척인 코아티도 남미 대륙에 서식한다. 때문에 라쿤이 한국의 숲속에 살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라쿤들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 내부 모습. 연구원들이 위생을 위해 오전부터 청소로 분주한 모습./ 박설민 기자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 내부 모습. 연구원들이 위생을 위해 오전부터 청소로 분주한 모습./ 박설민 기자

◇ 버려진 라쿤, ‘국립생태원’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다

사실 라쿤들이 뛰어놀고 있던 곳은 야생의 숲속은 아니다.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의 야외방사장이다. 이곳은 매년 국내서 유기되는 야생동물들을 보호·관리하는 곳이다. 총 예산 40억원이 투입된 보호시설은 2022년 11월 30일 착공을 시작,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이후 검토를 거쳐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에서는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4개종을 큰 그룹으로 나눠 보호 관리한다. 수용 가능한 동물은 최대 400여 마리다. 방남식 국립생태원 유기외래동물부 부장에 따르면 현재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인 유기 야생동물은 라쿤, 미어캣 2종이다. 총 보호 개체 수는 29마리이며 담당 전문가는 총 5명이다.

보호소 내실에서 보호 중인 라쿤의 모습. 사람을 좋아해 끊임없이 연구원들에게 애교와 장난을 부렸다./ 박설민 기자
보호소 내실에서 보호 중인 라쿤의 모습. 사람을 좋아해 끊임없이 연구원들에게 애교와 장난을 부렸다./ 박설민 기자

보호소 내실로 들어가자 우리 안에서 라쿤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불안감에 나타나는 정형행동과는 달랐다. 실제로 라쿤들은 먹이를 달라거나 놀아달라며 국립생태원 연구원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또한 쳇바퀴를 돌고 나무를 긁어 발톱을 가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줬다.

라쿤은 총 23마리로 현재 시설 내 가장 많은 종이다. 라쿤은 생김새와 행동이 귀여워 동물원과 동물카페의 인기 동물이다. 특히 흔히 먹이를 물에 담가버리는 버릇 때문에 ‘씻어먹는 미국 너구리’라는 귀여운 별명도 가지고 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 ‘로켓’의 모델이 바로 이 동물이다.

방남식 국립생태원 유기외래동물부 부장은 “여기 있는 라쿤, 미어캣은 어떻게 보면 버려진 슬픈 동물들이라 4마리에게 이름을 붙여 보호 중”이라며 “전문가 입장에서 라쿤에게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지만 귀여운 외모와 행동을 보고 오랫동안 관리하다 보면 애착관계가 형성 안될 수 가 없다”고 말했다.

야외방사장에서 놀고 있는 라쿤들의 모습./ 박설민 기자

◇ 미어캣, 양서·파충류 등 야생동물 4종도 보호

라쿤 다음으로 많이 보호되고 있는 종은 ‘미어캣’이다. 총 6마리의 미어캣들은 보호실 내 케이지 내부에서 보호 중이었다. 각각 동물카페에서 위탁되거나 야생에서 구조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체들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미어캣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공격적인 동물이다. 전북 익산에서 구조된 개체의 경우 임산부를 공격한 녀석이기도 하다.

야외 방사장은 미어캣의 야생 서식 환경과 흡사하게 조성돼 있었다. 모래밭과 나무톱밥, 원목 놀이기구로 이뤄진 방사장은  미어캣들의 공격성·스트레스 완화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다만 아쉽게도 모래밭 깊이는 약 30cm 정도로 얕은 편이었다. 미어캣이 땅굴을 파고 살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땅굴 속 배설물 등이 위생 관리에 적합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라쿤 다음으로 많이 보호되고 있는 종은 ‘미어캣’이다. 총 6마리의 미어캣들은 보호실 내 케이지 내부에서 보호 중이었다. 각각 동물카페에서 위탁되거나 야생에서 구조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체들이다. 미어캣과 라쿤의 식사는 귀뚜라미, 과일, 밀웜 등으로 영양 균형을 맞춰 제공된다./ 박설민 기자
라쿤 다음으로 많이 보호되고 있는 종은 ‘미어캣’이다. 총 6마리의 미어캣들은 보호실 내 케이지 내부에서 보호 중이었다. 각각 동물카페에서 위탁되거나 야생에서 구조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체들이다. 미어캣과 라쿤의 식사는 귀뚜라미, 과일, 밀웜 등으로 영양 균형을 맞춰 제공된다./ 박설민 기자

내실 내부에는 양서·파충류 보호실도 마련돼 있었다. 여러 개의 수족관이 층층이 쌓인 모양새였다. 보호소를 가득 채운 라쿤과 달리 양서·파충료 보호실 내부엔 아무 동물도 없었다. 아직 보호 요청이 오거나 구조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향후 유기 양서·파충류 숫자가 증가할 것을 확신하는 만큼 미리 시설을 확충했다는 것이 국립생태원 측 설명이다.

방남식 국립생태원 유기외래동물부 부장은 “아직까지 양서·파충류 종이 들어오진 않았으나 관리를 위해 미리 준비했다”며 “특히 뱀, 도마뱀 등의 파충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도 거부감에 이들을 멀리하다보니 토종뱀들과 구별하지 못해 야생에서 구조되지 못할 확률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어캣의 야생 서식 환경과 흡사하게 조성된 야외방사장 모습. 모래밭과 나무톱밥, 원목 놀이기구로 이뤄진 방사장은  미어캣들의 공격성·스트레스 완화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박설민 기자
미어캣의 야생 서식 환경과 흡사하게 조성된 야외방사장 모습. 모래밭과 나무톱밥, 원목 놀이기구로 이뤄진 방사장은  미어캣들의 공격성·스트레스 완화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박설민 기자

◇ 행복 뒤에 숨겨진 동물들의 슬픈 사연

‘유기’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이었지만 내부는 매우 평화로웠다. 야외 방사장으로 나온 라쿤들은 저마다 땅을 파거나 벌레를 잡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동물들의 식사 또한 우수했다. 수박, 사과 등 과일부터 밀웜, 귀뚜라미 등 곤충 등 영양 균형을 맞춘 식사가 제공됐다. 한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우리보다 잘먹는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호시설 내 동물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시설에 구조된 개체들이다. 특히 라쿤은 버림받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라쿤은 지능이 높고 애교가 많아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때문에 반려동물, 동물카페 등에서 기르는 경우가 많다.

 보호시설 내 동물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시설에 구조된 개체들이다. 방남식 국립생태원 유기외래동물부 부장(사진)은 “라쿤은 귀여운 외모때문에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지만 호기심과 활발한 성격때문에 파양 당하거나 주인에게 버려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보호시설 내 동물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시설에 구조된 개체들이다. 방남식 국립생태원 유기외래동물부 부장(사진)은 “라쿤은 귀여운 외모때문에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지만 호기심과 활발한 성격때문에 파양 당하거나 주인에게 버려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문제는 이 호기심 많은 성격이 라쿤을 기르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을 물거나 벽지를 잡아 뜯는 일이 잦아서다.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어려워 유기하거나 보호소에 맡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기된 외래 야생동물은 평균 271마리다. 이중 라쿤은 연간 5~15마리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개채 수가 많다.

방남식 부장은 “지능이 높은 라쿤은 사람과 교감도 잘하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특이한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지만 천장에 매달리거나 케이블, 소파를 물어뜯고 벽지를 긁어 놓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를 버티지 못하고 파양 당하거나 주인에게 버려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쿤 등 동물이 구조되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7일 이상 보호를 하게 되는데 이때 주인이 나오지 않으면 구조센터로 이동, 기본적 검역 검사를 마친 후 국립생태원으로 오게 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보호시설에서는 라쿤 주인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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