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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에서 1년 폐기물 500톤 나오는 이유: 매주 사람 미어터지는 ‘이곳’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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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쓰레기통 사진. ⓒ어도비 스톡
기사와 무관한 쓰레기통 사진. ⓒ어도비 스톡

“팝업스토어 하나 철거할 때마다 폐기물이 보통 2∼3톤 나와요. 유행이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폐기물 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건 사실이죠.”

지난 9일 오후 3시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뒷골목에 있는 한 폐기물 업체에는 합판·비닐·철제 등 건물 철거의 잔해가 트럭에 가득 실려 들어오고 있었다. 바로 옆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거리에서 나온 것들로, 직원들은 트럭이 쏟아내는 폐기물을 쉴 틈 없이 나르고 분류했다. 업체 관계자 ㄱ(56)씨는 “성수동 팝업스토어가 크게 성행하기 시작한 2022년 전후로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며 “하루에만 1톤짜리 트럭이 많게는 20차례 오간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청 등의 설명을 16일 들어보면, 성수동 일대에는 한달 평균 9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섰다가 사라진다. 기업들이 대개 상품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두달 ‘반짝’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는 3~4년 전부터 급속히 퍼져 성수동을 세계적인 ‘팝업 성지’로 발돋움시켰다. 하지만 단시간에 운영과 철거가 반복되면서 막대한 ‘철거 폐기물’ 문제를 낳았다. 화장품·위스키·치킨·삼겹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팝업스토어 앞에 줄지어 선 시민과 부서진 목재를 가득 실은 트럭이 교차하는 기묘한 모습이 성수동의 일상적 풍경이 된 이유다.

기사와 무관한 쓰레기 더미 사진. ⓒ뉴스1

팝업스토어 한곳이 철거되면서 나오는 폐기물은 3톤 안팎의 분량이다. 건설폐기물이 아니라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된다. 주로 저렴한 합판을 이용하기 때문에 철거하면서 파손되고, 재활용은 어렵다. 철거 업체들은 이를 폐기물 처리 업체(폐기물 수집 운반 업체)에 넘기고 중간 처리 업체가 폐기물을 분류한 뒤 소각장, 매립지 등으로 보낸다. 성동구 내 사업장 일반폐기물 배출량은 2018년 51.2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구청 쪽은 증가량 상당 부분을 팝업스토어 폐기물 탓으로 본다.

팝업스토어 폐기물은 관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5톤 이상 건설폐기물 등은 정부가 운영하는 ‘올바로 시스템’에 등록돼 관리되지만, 팝업스토어 철거 때 나오는 정도의 사업장 폐기물은 별다른 규정 없이 오로지 민간에처리 과정이 맡겨져 있다. 골머리를 앓던 성동구청은 지난 6월 ‘팝업스토어 티에프(TF)팀’을 따로 구성해 폐기물 처리 관련 규정을 자체적으로 마련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관리와 제재는 힘들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신고 의무도 없고 민간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규제가 어렵다”며 “얼마나 폐기물이 나왔는지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고 했다.

기사와 무관한 쓰레기 사진. ⓒ어도비 스톡 
기사와 무관한 쓰레기 사진. ⓒ어도비 스톡 

폐기물 문제가 제기되며, 일각에선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팝업스토어’를 시도하는 기업도 나온다. 지난 1일부터 성수동에 화장품 용기 수거 캠페인 일환으로 팝업스토어를 연 아모레퍼시픽은 앞서 다른 팝업스토어에 사용된 가구와 폐기 목재 등을 재활용해 전시를 구성했다. 황유나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은 “직원들이 직접 성수동 골목을 발로 뛰며 버려진 목재를 수집해 진열대를 만들고 파쇄 플라스틱, 재활용 공병 등으로 각종 집기를 제작했다”며 “팝업의 목적성에 맞게 기획 초기부터 재활용과 폐기물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도 지난해 5월 종이 가구, 종이 소품으로 내부를 꾸민 친환경 팝업스토어를 선보였고, 매일유업은 성수동 공장에서 버려진 가구를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기사와 무관한 쓰레기 사진. ⓒ뉴스1
기사와 무관한 쓰레기 사진. ⓒ뉴스1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발성에 맡겨둔 현재의 팝업스토어 폐기물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팝업스토어를 여는 기업에 철거 뒤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계획서를 받는 허가제를 도입하거나, 일종의 폐기물 보증금을 받아 혼합배출을 막는 등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경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도 “규제가 없으면 기업은 폐기 부담을 지지않으려 할 것”이라며 “일회용기를 쓰지 않도록 하거나, 폐기물 감량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박고은 기자 /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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