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엔요, 빙그레 더단백, 자연드림 기픈물. 세가지 음료의 공통점은 모두 액체를 플라스틱 병이 아닌 재활용 가능한 종이팩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트라팩은 스웨덴 룬드와 스위스 풀리에 본사 사무소가 있는 스웨덴-스위스의 다국적 식품 포장, 가공 기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포장 업체다.
테트라팩은 최근 한국지사 사무실 인테리어를 대폭 개편했다. 특히 서울역과 판교에 나누어져 있었던 두 개의 사무실을 을지로에 합치고 사무실 규모도 크게 줄였다. 글로벌 부동산 솔루션을 제공하는 JLL에 따르면 테트라팩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은 각국 지사에 지정좌석이 없는 스마트 오피스는 물론, 인테리어에 각 사의 비전을 담고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사무실로 꾸미는 ‘미래형 사무실(퓨처 워크플레이스)’ 주문하는 게 트렌드다.
지난 17일 방문한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빌딩에 위치한 테트라팩 한국지사의 사무실의 첫인상은 ‘미술관’이었다. 테트라팩의 브랜드 색깔이 남색과 하늘색, 그리고 붉은색을 적절히 배치한 실내 디자인, 음료 패키징이 많은 기업인 점을 반영해 한쪽에는 테트라팩이 공급하고 있는 엔요 등 음료를 배치해두고 다른 쪽에는 바 테이블을 배치해 회사 업무를 인테리어에 연결시켰다.
특히 테트라팩은 각 지사가 위치한 국가의 특성까지 인테리어에 반영하고 있다. 옆나라인 일본에 있는 지사는 사옥 전면을 전통 가옥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디자인했고 곳곳에는 문양을 배치했다. 호주의 경우 호주하면 떠오르는 광활한 자연을 사무실에 담고자 창가 배치에 신경썼다. 직원들의 좌석 배치는 물론 미팅룸도 밖이 트여있는 넓은 창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지사의 경우 한옥의 특성을 사무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가늘고 긴 대를 엮어 창문을 가리는 발을 테트라팩의 브랜드 색깔에 담아 천장에 매달아 배치하고, 외부 초청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툇마루의 모습을 닮았다. 벽지는 한지를 활용했고 천장의 마감은 한옥의 처마와 닮아 있었다. 그레이스 오 테트라팩 부사장은 “여러 지사를 담당하고 있지만 한국 지사의 인테리어가 가장 회사 가치를 반영하면서도 국가의 특징을 잘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테트라팩 한국지사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김유미 JLL 부장은 가장 인테리어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 중 하나를 공간 최적화로 꼽았다. 기존에 나눠져 있던 두개의 사무실을 200평 남짓 되는 부지에 하나로 합치면서도, 포장 기업의 특징상 곳곳에 창고가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JLL은 회사가 평균 주 2회 재택근무를 한다는 점을 활용하고 두 사무실에서 사실상 쓰지 않는 공간을 조사해 사무실을 재구성했다.
우선 직원별 개인 좌석과 임원들의 방을 없앴다. 대신 글로벌 화상 미팅이 많은 점에 착안해 미팅룸을 늘렸고, 미팅룸의 규모도 1인용, 2~3인용, 다인용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화상 미팅에서도 좀 더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여럿이 한번에 보이는 윗쪽이 아닌 눈높이에 맞춰 내렸고 미팅룸의 이름은 서울의 산으로 정했다. 그 결과 지구 반대편 호주에 있는 직원과 미팅을 할 때에도 “내일 3시, 관악산에서 만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회사의 가치이자 비전인 재활용도 회사 곳곳의 인테리어로 확인할 수 있었다. 테트라팩 한국지사의 분리수거 쓰레기통은 7개다. 플라스틱과 페트병 등 일반적인 분류도 있지만 종이도 카드보드, 일반팩, 멸균팩 등 다양하게 나누어 폐기한다.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이 공간에서 습관이 들어야 다른 곳에서도 자연스러워진다는 설명이다. 회사 가치인 재활용률 향상을 위해 집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모아놓은 재활용품을 신청하면 무료로 수거해가는 앱도 론칭했다.
지난달 인테리어 마무리 후, 테트라팩 한국지사 직원들은 이전 사무실보다 좁아졌음에도 굉장히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미팅 차 방문한 외국 지사의 직원들도 한국 지사 인테리어를 벤치마크할 정도다. 오 부사장은 “규모가 적어졌기 때문에 ‘다운사이징(Down Sizing)’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무실이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환, ‘라잇사이징(Right sizing)’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테리어만 바뀌었을 뿐인데 회사의 가치와 비전이 사무실 곳곳에 녹아있어 소속감이나 정체성도 뚜렷하게 느껴지고 업무 효율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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