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3)가 작가 한강(54)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건 “한국인의 용기”였다.
19일 유튜브 채널 ‘KBS 다큐멘터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획으로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제목으로 미방송분 영상을 올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소설 ‘개미’와 ‘뇌’, ‘나무’, ‘신’ 등이 한국에서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를 넘겼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베르나르 베르나르는 “현재 한국을 보면 모든 예술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다고 느껴진다”며 “이는 영화, 게임,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베르나르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판에 대해 “정말 잘 쓰인 작품”이라며 “끔찍한 비극을 긴 호흡으로 다뤘다는 점”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한강 작가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생존자들의 투쟁을 그렸다. 베르나르는 “개인적으로는 제주 4.3사건을 잘 몰랐는데 희생된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며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여러 차례 고통을 겪어 왔는데 자국민끼리 제주도에서 끔찍한 학살을 자행한 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으로 ‘작가의 글쓰기 방식’을 꼽았다. 베르나르는 “1인칭 현재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돼서 주인공에게 완벽하게 몰입해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는 “이 책을 읽고 내용을 알게 되면서 한국인들의 용기가 가장 와 닿았다”며 “어떤 비극이나 전쟁이 찾아와도 굴하지 않고 맞서면서 열의를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아픈 한국 역사를 배우면서 한국인들의 굳센 의지를 알게 됐다”며 “고통스러운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바꿨고 세계에 한국을 알렸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언론 ‘르몽드지’도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강 작가에게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인 최초이며, 123년 노벨문학상 역사상 아시아 여성 작가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림원은 “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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