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찾은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양식생물연구동에 들어서자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의 열쇠는 양식산업이다”라는 글귀가 써있었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올해 양식어장에서 대규모 폐사가 발생하면서 수과원이 개발 중인 고수온저항 어종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양식생물연구동에선 토종어종인 붉바리와 아열대어종인 대왕바리를 교잡한 신품종 ‘대왕붉바리’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붉바리는 1년에 600g 정도 성장하는 소형 어종이다. 크기는 작지만, 식감이 좋아 횟감으로 인기가 많다. 시장에서 1kg이 10만원 이상에 거래될 정도의 고급 어종이다.
‘자이언트그루퍼’라고 불리우는 대왕바리는 성체가 30kg까지 성장하는 대형 어종이다. 길이는 2.5~3m까지 자란다.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어, 시장에서 거래 되지는 않고 있다.
양식생물연구동에서는 이 둘을 교잡해 만든 ‘대왕붉바리’ 육종을 개발해 기르는 중이었다. 수과원 관계자가 보여준 대왕붉바리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40cm에 달했다.
수과원 관계자는 “기존 붉바리는 1년에 600g만 자라지만, ‘대왕붉바리’는 두 달만에 900g까지도 자란다”면서 “어민들이 빨리 키워 출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과원 연구원들이 수온별 생장 계측을 해본 결과 대왕붉바리는 28℃ 수온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다. 해당 수온은 해수부가 ‘고수온 특보’를 발령하는 기준점이다. 기존 양식어종들의 폐사 우려가 커지는 수온이 대왕붉바리 입장에선 가장 좋은 환경인 셈이다.
해수부와 수과원은 넙치와 조피볼락(우럭), 전복, 김 등 기존 양식품목에 대해서도 고수온 저항성을 개량하는 육종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육종 연구는 고수온을 잘 견디거나 성장 속도가 빠른 개체를 선발하고, 이를 부모로 삼아 해당 유전형질을 보유한 후대 물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과원은 육종 연구를 통해 ‘킹넙치’와 ‘킹전복’과 같은 우량 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두 품종 연구는 당초 양식어종 생산성 확대를 목표로 추진했으나, 성장이 빠르다는 점을 활용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기 전 출하해 폐사를 예방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목포를 중심으로 서남해안에서 주로 그물잡이로 잡는 참조기를 양식어종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참조기는 한계수온이 31℃인 어종으로, 고수온에서도 잘 생존한다. 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는 이러한 참조기의 특징을 고려해 지난 2021년 미래양식품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수과원은 참조기를 특화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화생산은 어류의 산란을 조절하고, 어종의 크기를 키우는 등 고품질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과원은 어류양식시험장에서 사육관리 중인 어미집단이 생산한 종자를 제주도 내 민간 넙치 육상양식장 2곳(조천, 성산)에 10만마리씩 분양한 상태다. 제주도 넙치 육상양식장에선 종자 대량 생산 시험 연구를 진행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기 전까진 국내 양식 어종으로 넙치와 조피볼락(우럭)과 같은 온대성 어류가 적합했다”면서 “최근 기존 어종의 한계수온을 넘어서는 고수온(28℃ 이상)이 발생하면서 폐사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원에서는 고수온 대응책으로 3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육종 연구를 통해 기존 어종의 고수온 저항성을 강화하고, 교잡을 통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대체품종을 도입해 기존 어종을 대체하는 게 바로 3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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