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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국가 R&D 투자, 숫자의 이면을 봐야 할 때

전자신문 조회수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열풍이 거세다. 아마 한국문학사에서 ‘이전과 이후를 나눌만한’ 분기점일 것이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문학까지 세계를 휩쓸다 보니, “이제 콘텐츠에서는 K-리그가 곧 G-리그(global league)”라는 말도 나온다. 마치 양궁이나 쇼트트랙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되면 금메달이 ‘떼어놓은 당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전국민적 흥분은 “평화상·문학상에 이어 머지않아 경제·과학분야에서도?”라는 희망섞인 질문으로까지 번졌다. 사실 경제라면 할 말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고, 식민지와 전쟁을 겪었고, 변변한 자원과 기술도 없던 나라가 수십 년 만에 이룩한 경제발전경험은 “세계경제발전사에서 전무(全無)하고, 어쩌면 후무(後無)할 수 있는” 대사건이다. 어느 선진국에도 없는 독보적인 경제발전 콘텐츠가 개도국 발전에 제대로 쓰이기만 한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 못지않은 인류 공동의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면 과학 분야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 면면에서 가장 주목받은 특징은 인공지능(AI)이다. AI 연구자들이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꿰찼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를 두고 “AI가 노벨상에 왔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실험실 속 논의를 뛰어넘어 경제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이다. 실물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시장의 향배를 통째로 바꾸고, 글로벌 경제의 새판짜기를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의료·자동차 등 모든 산업영역에서 공정을 혁신하고 성장을 견인한다. 이렇듯 AI를 비롯한 첨단기술들이 과학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영향력을 확장해 갈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는 이러한 고민 속에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했고, 이를 2025년도 R&D 예산안에 담았다. 세상을 뒤바꾼 여러 가지 파괴적인 혁신기술을 거슬러 추적하다 보면, 많은 선진국의 경우 그 탯줄이 그 나라의 R&D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도 R&D 예산 규모를 역대 최대인 29.7조원으로 확대했다. 금년 대비 내년 지출예산안 증가율이 3.2%지만, R&D는 11.8%나 늘렸다. 내용도 크게 바꿔 ‘선도형 R&D’로 대전환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했다.

2025년 4&D 예산안

우선 미래를 바꿀 3대 게임체인저인 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D램 개발에 대한 1980년대의 R&D 투자가 지금의 반도체 경쟁력을 키운 것처럼, 향후 글로벌 첨단 과학 기술시장을 선점할 기술 연구에 재원을 집중한다. 차세대 AI 생태계 선점을 위한 NPU 기술, 첨단 재생의료·mRNA 백신, 1000큐비트급 양자 컴퓨팅 기술개발 등이 대표선수들이다.

R&D는 국가 경제성장 동력이니만큼,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높은 안전성과 낮은 비용의 특성을 보이는 차세대 SMR 원전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우주 발사체 재사용 기술, 세계 최초로 선보일 pre-6G 통신 기술 확보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도 역대 최대로 확대한다. 그간 수혜율 기준 확대에 치우쳐 성과관리가 안 됐던 분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신종·미개척 연구 분야의 개념 정립(개척연구), 우수과제 이어달리기(도약연구) 등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선정·평가 방식도 전문화했다.

아울러, 주요 기술 선도국들과의 글로벌 공동연구를 중점 지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MIT·하버드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의 협력을 끌어내며, 12: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내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EU의 다자협의체인 ‘호라이즌 유럽’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국가 미래를 책임지는 젊은 과학자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국가 R&D 연구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월 80~110만원을 보장하는 한국형 Stipend 제도를 도입하고, 석·박사 연구장려금도 2배 확대한다. 우수 이공계 석박사에 대한 대통령과학장학금을 늘리고, 저소득·우수 석사 별도트랙도 신설해 젊은 과학자의 안정적 연구환경을 조성한다.

시스템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체계 전반의 시스템 개혁은 R&D 성과를 배가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먼저, 고위험·고성과 연구에 대해 과감한 목표 설정과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美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연구방식을 차용해, ‘혁신도전형 R&D’ 연구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연구책임자(PM)에게 연구의 전권을 부여하고, 연구기획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제고한다. 기존 평가등급제를 폐지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혁신적 연구성과 창출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R&D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앤다. 연구기획부터 착수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기술확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 외에도 바이오·딥테크 분야 다부처 협업사업 추진, 일률적인 일몰제 대신 프로그램형 과제로의 전환, 연구자 기술료 인센티브 강화, 출연연구기관 자율성 확대 등 다양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최근에 접한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로, 바닷가재 연구가 있다. 바닷가재는 수명에 관여하는 텔로미어(염색체 말단부분)를 복구하는 능력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탈피만 하면 수명 제한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탈피를 못 하거나 안하면 껍질 속에 갇혀 죽는다. R&D 투자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2025년 R&D 예산안은 변화나 발전이란 표현보다 탈피 또는 환골탈태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만큼 크게 바뀌었다. 애벌레가 탈피해 나비가 되는 것처럼,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다. 기술의 미래는 기다려 맞이할 게 아니라, R&D를 통해 달려가서 앞당겨야 한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

김윤상 차관은 예산과 재정, 공공정책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재정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총괄과장, 대변인, 공공정책국장, 재정관리관(차관보) 등을 지냈다. 주미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한 바도 있다. 2023년 7월 조달청장에 임명됐으며, 같은 해 12월 기획재정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다.

전자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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