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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모인 희망퇴직·권고사직 100명, 얼굴에 ‘웃음꽃’ 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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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커피챗 주최로 열린 ‘핑크슬립 파티’ /사진=최태범 기자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에 의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 100여명이 지난 16일 밤 서울 강남의 한 공간에 모였다. 상황 자체만 놓고 보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지만, 표정에 걱정이나 슬픔은 없었고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은 행사의 형식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번 네트워킹은 채용 솔루션 ‘볼트엑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커피챗이 주최한 이벤트로, 국내 최초의 ‘핑크슬립(Pink Slip) 파티’다.

핑크슬립은 미국에서 해고통지서를 일컫는 말이다. 20세기 초 해고통지서를 분홍색 종이에 인쇄해 급여봉투에 넣어 전달한 데서 비롯됐다. 분홍색 해고통지서를 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모인 것이 핑클슬립 파티의 시작이 됐다.

핑크슬립 파티에는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인구직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닷컴 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대규모 해고가 있을 때면 핑크슬립 파티가 활발하게 열렸다.

기업 채용 담당자도 30여명 참석


‘핑크슬립 파티’ /사진=최태범 기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최근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다. 2021년 ‘제2의 벤처붐’으로 불리던 시기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면서 기업들이 몸집을 크게 불렸지만, 이듬해 투자 혹한기가 시작된 이래 한파가 지속되며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커피챗의 이번 핑크슬립 파티에는 구직자뿐만 아니라 인재 채용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도 30여명 자리했다. 한 채용 담당자는 “업무상 내부 직원도 고객이지만 나중에 채용을 하게 되는 잠재적인 후보자들도 고객이다. 이들을 면대면으로 만날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종이나 화면에서만 이들을 보게 된다. 직접 만나서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면 채용 절차에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직군의 인재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커피챗은 수용 인원의 제한으로 인해 행사의 취지에 맞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신청자들을 선별해 초대했다. 2주 동안 400여명의 참가 신청이 몰렸다.
야놀자·
지바이크·
레브잇·
딥다이브 등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의 HR 담당자들도 참여해 채용과 관련한 각사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위로 받는 것을 넘어 새로운 커리어 기회 획득”


박상우 커피챗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22년차 마케터로 일하던 중 최근 희망퇴직을 하게 된 한 참석자는 “희망퇴직이 시행되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시니어 직장인에 속하지만 핑크슬립 파티 같은 행사는 하나의 배움이자 큰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업계의 트렌드도 파악하고 다른 퇴직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갭이어(공백기간)에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돼 실리콘밸리에서 아르바이트생 경험까지 했던 로이스 킴(정김경숙)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했다.

그는 백종익 커피챗 이사와의 대담 세션에서 절망보다는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로이스 킴은 “미국의 경우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이 핑크슬립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만큼 흔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내가 받으면 온 세상이 변하는 기분”이라며 “그럴 때 오히려 밖에 나오고 사람들 만나고 네트워킹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피챗은 이번 행사를 전액 무료로 진행했다. 박상우 커피챗 대표는 “아픔을 나누면서 위로가 조금이라도 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더 나아가 위로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커리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탄탄한 기업들도 초청했다”고 말했다.

커피챗의 볼트엑스는 인증된 인재 네트워크를 활용해 채용 담당자들이 구직자들에게 직접 포지션을 제안하는 다이렉트 소싱 플랫폼이다. 구직자들은 공고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채용 제안부터 받아볼 수 있다.

박상우 대표는 “연대를 통해 힘도 얻고 새로운 커리어 기회도 얻길 바란다. 앞으로도 기업과 구직자 간 다채로운 연결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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