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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업성도 안 봐요”… 550만명 찾게 만든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

조선비즈 조회수  

1960년대 양옥 내 동시대에 사용되었던 형태의 가구와 소품을 배치한 카페. 넓은 통유리로 된 창밖으로 한강이나 북한산, 잘 조성된 공원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 널찍한 오두막 안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의 회화나 조형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언뜻 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교외의 비(非) 프랜차이즈 대형 카페 같지만, 모두 초록색 세이렌(Siren) 로고가 붙은 스타벅스의 매장들이다. 스타벅스가 2020년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스페셜스토어’로 모두 1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신용아 에스씨케이컴퍼니 스페셜스토어기획팀 팀장. /양범수 기자
신용아 에스씨케이컴퍼니 스페셜스토어기획팀 팀장. /양범수 기자

지난 17일 조선비즈와 만난 신용아 에스씨케이컴퍼니(국내 스타벅스 운영사) 스페셜스토어기획팀 팀장은 “고객의 일상 속 접점이 되는 데 집중하는 기존 형태의 매장에서 벗어나 고객이 여가를 보내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아오시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시작은 경기 양평 남한강 둔치에 문을 연 더양평DT점이었다고 신 팀장은 회상했다. 그는 “첫 번째 스페셜스토어인 양평점은 이전까지였다면 출점을 하지 않았을 장소에 만들어졌다”면서 “첫 시도였는데 개점 첫날부터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 ‘스타벅스 고객들도 이런 수요가 있었구나’하고 느꼈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총면적 1023㎡(약 364평)로 3개 층에 261석이 마련된 국내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더양평DT점은 개점 초기부터 지금까지 평일엔 1000여명, 주말에는 1500여명이 찾는다. 이 같은 더양평DT점에 대한 고객 반응에 에스씨케이컴퍼니는 2022년 스페셜스토어기획팀을 신설했다.

현재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는 더(THE) 매장과 콘셉트 매장 두 가지로 나누어 기획된다. 고객의 방문 목적지가 되고자 한다는 점은 같으나 매장에 어떤 가치를 담느냐로 나뉜다. 신 팀장은 “더 매장의 경우 고객에게 쉼과 사색의 시간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진다면 콘셉트스토어는 이색적인 공간을 통한 영감, 재생 등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더양평DT점이 더 매장의 시초였다면, 콘셉트 매장의 시초는 2022년 문을 연 대구 진골목에 있는 대구종로고택점이다. 100년 된 고택을 수선해 만들어진 매장으로, 덴마크 음향기기 업체인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매장을 설계하여 음악 감상을 위해서도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운영 중인 더 매장은 더양평DT점·더북한강R점·더북한산점·더여수돌산DT점·더제주송당파크R점 등 5곳, 콘셉트 매장은 이대R점·경동1960점·가나아트파크점·장충라운지R점 등 4곳이다. 신 팀장은 “올해도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페셜스토어를 하나 더 열 예정”이라고 했다.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 모습들. /에스씨케이컴퍼니 제공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 모습들. /에스씨케이컴퍼니 제공

◇ 개점 소요 시간·비용, 일반 매장의 몇 배… “고객 경험 최우선”

스타벅스의 스페셜스토어는 생긴 지 4년 만에 매장 수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신 팀장은 스페셜스토어 개점이 ‘몹시 도전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재생의 가치를 담는 스페셜스토어의 경우에는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기에 구조 보강은 물론 건물 활용 면에서도 신축 건물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면서 “인테리어 역시 가구는 물론 조명, 음향 등 다양한 실내 요소 전문가 분들과도 협업해서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매장 음악 역시 스타벅스가 가진 음악들을 모두 들어가며 매장과 어울리는 곡들을 하나하나 선정해 사용할 만큼 집착적으로 매장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하나의 스페셜스토어를 열기 위해서는 최소 12개월에서 많게는 18개월까지 걸린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절차대로 점포를 열면 되는 일반 매장과 달리 직원들의 품은 물론 시간과 비용이 많게는 몇 배가 더 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매출 등 사업적인 목표가 스페셜스토어 기획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신 팀장은 설명했다. 유동인구나 목표 매출 등이 고려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스페셜스토어의 목적은 고객에게 긍정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면서 “스페셜스토어로 돈을 벌려고 했다면, 지난달 개점한 장충라운지R점은 좌석 수가 훨씬 많아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장충라운지R점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691㎡에 180여개에 불과한 좌석 수를 갖고 있다. 교외 대형 매장인 더 매장이나, 다른 도심 속 스타벅스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의 면적 당 좌석 수(0.26석)를 유지한 셈이다. 더양평DT점의 1㎡당 좌석 수는 0.26석, 더종로R점은 0.27석이다.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음에도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는 현재까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스페셜스토어의 월평균 방문객 수는 약 3만명에 이르며 스페셜스토어 방문 고객의 객단가 역시 일반 매장의 고객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각 스페셜스토어 개점일을 고려해 추산하면 약 557만명의 고객을 방문하게 만든 셈이다.

신 팀장은 이러한 스페셜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의 카페는 물론 팝업스토어나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만 비행기를 서른 번 넘게 탔고, KTX는 셀 수도 없이 탄 것 깉다”면서 “고객들의 목적지가 되는 장소들을 다니면서 수 없이 아이데이션을 진행하고, 어떤 고객 수요가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 실적 주춤한 스타벅스의 전략… “끊임없는 도전”

에스씨케이컴퍼니가 이러한 스페셜스토어 개점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내 진출 25년이 된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국내 카페 시장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고객 수요에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커피 전문점 수는 2016년 5만1000여개에서 2022년말 10만729개로 증가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카페 시장 규모 역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8조5661억원으로 증가했다. 에스씨케이컴퍼니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폭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에스씨케이컴퍼니는 2016년 매출 1조28억원으로 창사 이후 첫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21년까지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19%를 기록하면서 2조3856억원을 기록해 매출액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2022년에는 9%, 2023년에는 13%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2조93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4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매출액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꺾이고 있다. 에스씨케이컴퍼니의 영업이익은 2021년 2393억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224억원으로 48.8%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39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 카페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기 위한 카페는 도심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도 고려했겠지만, 많은 외식 브랜드가 그렇듯 스타벅스도 고객에게 새로움을 줄 필요가 있어 특수 매장들을 여는 게 아니겠냐”면서 “과거에 비해 성장세가 침체된 상황 역시 이를 통해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신 팀장 역시 “스페셜스토어를 통해 스타벅스가 가만히 안주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을 고객께서 체감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발전해 나감으로써 고객께서 다음 매장은 어떤 매장일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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