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가 최근 경기 평택 한 비닐하우스에서 사육되고 있는 강아지 수십마리를 구조했다. 이곳에 있는 강아지들은 애견 미용 실습용으로 쓰인다.
케어 관계자는 “살이 찢어져 있는 강아지부터 종양을 달고 있는 강아지, 심지어 실명된 강아지도 있었다”며 “이 강아지들은 관리받지 못한 채 평생 애견 미용 실습용으로 투입되는 것”이라고 했다.
애견 미용 실습용 강아지 사육에 대해 동물단체는 동물 학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 증가에 따른 관련 산업 확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번식장에서 쓸모 없어지면 미용 실습용으로 넘겨져
애견 미용 실습용 강아지는 애견 미용학원 등에 실습용으로 투입된다. 전문가가 아닌 수강생들의 실습 대상이 되면서 강아지들이 미용 도구에 찔려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애견 미용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서 실습하다 다치는 강아지들을 보고 자격증 취득을 포기했다는 글들도 여럿 있다. 실습용으로 보내지는 강아지들은 배변 문제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는다고 한다.
미용 실습에 투입되는 강아지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동물단체들은 대부분이 이른바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장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번식기가 아닌 강아지나 번식 능력이 떨어진 강아지를 미용 실습견으로 다시 활용하는 식이다.
동물권단체 케어도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장이나 폐견 처리장이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평택 비닐하우스에 있는 강아지 구조에 나섰다고 한다. 이곳에 있던 강아지 60마리 중에 상당수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케어 관계자는 “평택 비닐하우스 부지는 수의사, 강아지는 애견미용학원 원장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번식장과 애견미용학원, 수의사까지 모두 엮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케어는 강아지 몸 속에 삽입된 전자 칩을 통해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부터 2개월 이상인 강아지는 유실·유기 방지 등을 위해 동물 등록을 하게 돼 있다.
케어 관계자는 “비닐하우스에서 강아지들을 사육하거나 상처 입은 강아지를 방치하는 것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는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동물 학대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매년 시험에만 강아지 수천마리 필요… 모형으로는 한계 있어”
KB금융그룹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262만명이다. 국내 인구 4분의 1쯤 차지한다. 반려동물 가구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반려동물 미용 서비스’를 꼽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44%가 반려동물 미용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반려동물 서비스 중 가장 높다. 앞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까지 더하면 57.4%다.
실제로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 중 동물 미용업이 가장 많다. 이날 기준 국내서 동물 미용업으로 등록한 곳은 1만229개다. 올해 처음 1만개를 넘어섰다. 동물 미용업은 등록제로 운영되는데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견샵은 물론, 일부 동물병원도 동물 미용업을 하고 있다.
반려동물 미용사들은 보통 사설 학원에서 배워 애견 미용사 자격증을 딴 뒤 현장에 나간다. 매년 4~6차례 자격증 시험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에 수백명이 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이 시험에도 애견 미용 실습용 강아지들이 투입된다. 애견 미용사 자격증 시험에만 연간 수천마리 강아지가 필요한 셈이다.
실제 강아지가 아닌 모형을 애견 미용 실습이나 시험에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고객이 모형(강아지)을 가지고 와서 맡기지 않는다”며 “그때 실수를 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모형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실습용 강아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김슬기 변호사는 “애견 미용 실습용 강아지가 동물보호법 사각지대에 있기는 하다”면서도 “동물미용업 자체는 합법이고 강아지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습에 이용되는 강아지를 위한 일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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