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일부 유명 셰프들의 식당이 돌연 ‘노키즈존’ 논란에 휩싸였다.
‘흑백요리사’에서 얼굴을 알린 셰프들의 ‘파인 다이닝’이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 뜨거운 토론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값비싼 음식과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에서 노키즈존을 내세우는 것은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특별한 방문 목적 등을 고려한 당연한 조치라는 주장과 이조차 일종의 차별이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해당 논쟁은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에서 촉발됐다. 이 네티즌은 “‘나폴리 맛피아’, ‘트리플스타’, ‘요리하는 돌아이’가 운영하는 식당들 다 노키즈존이다”라며 “파인 다이닝이니까 당연하지 않냐 하기엔 노키즈존 아닌 파인 다이닝도 꽤 있다. ‘원투쓰리’ 식당은 아예 웰컴 키즈존이다”라고 주장했다.
네티즌이 언급한 세 명의 셰프는 앞서 ‘흑백요리사’에서 흑수저 셰프로 출연해 국내외로 내로라하는 유명 셰프들도 제치고 오직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나폴리 맛피아는 한국계 미국 유명 셰프 에드워드 리를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19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요리하는 돌아이가 운영하는 식당은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 특성상 미성년자 출입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나폴리 맛피아 식당 역시 6명이 정원인 바(Bar) 형태의 테이블에서 반드시 주류를 곁들여 먹어야 한다는 규칙을 이유로 현재 노키즈존으로 안내되고 있다. 원투쓰리 식당은 아이 의자가 준비된 웰컴 키즈 존이 맞았지만 아이를 동행할 경우 룸을 이용하는 조건이 있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첨예하게 갈렸다. 파인 다이닝이나 다이닝 바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통용된 암묵적인 룰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흑백요리사’ 인기로 고급 식당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층이 다양해졌으므로 어떤 종류의 차별도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한 네티즌은 “‘파인 다이닝이 노키즈존인 건 당연하다는 말’을 ‘고급 요리를 향유하는 고급 장소에 어린아이는 들어와서는 안 된다’로 말한다고 할 때 ‘어린이’를 특별 인종으로, 한 성별로, 계급적 신분으로 바꿔봐라”라며 차별성을 지적했다. 해당 게시물은 리트윗 수 1000회, ‘좋아요’ 수 540개를 넘기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앞서 지난 8월 전국 아동 대표들이 지난해 정부가 주최한 ‘아동총회’에서 노키즈존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으나 정부 내에서 노키즈존 철폐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복지부와 사단법인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아동권리보장원은 당시 ‘제2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전국대회를 열었다. 해마다 열리는 아동총회에서는 전국 10~17살 아동대표 80여 명이 모여 아동과 관련된 사회문제나 정책 등을 토의하고 총회를 마무리하며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낸다.
각 부처는 그 내용을 검토한 뒤 요구사항 수용 여부 등을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보고한다.
지난해에는 아동총회에서 △노키즈존 철폐 △예체능 교육 강화 △아동 전용 놀이터 및 체험활동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학습 기회 보장 및 강화 △내실 있는 방과후교육 등 14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이 채택됐다. 지난해 결의문에서 아동대표들은 노키즈존을 없애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개선 논의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올해 아동총회 개최소식을 알리며 “지난해 결의문 14건에 대한 각 부처의 정책 수용 여부 및 이행현황을 점검한 결과, 채택된 결의문 모두 수용(일부 수용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사업주 대상으로 노키즈존 운영 실태와 인식을 조사하고 양육친화환경 조성 캠페인 등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일부 수용’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차별이라는 판단을 이미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외신들도 초저출산국가인 한국의 노키즈존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9월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식당의 행위를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아동을 제외한 일’ 또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2월 한국의 노키즈존 증가 현상을 저출산과 연결 지으며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르몽드의 보도에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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