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언론사 대표와 전현직 기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왔고 일부를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보통 평일 이른 아침에 진행하는데 이제 막 일어나 바쁘게 출근 준비하다가 십수명의 검찰과 수사관이 강제수사를 명목으로 집에 들이닥치면 누구라도 경황이 없기 마련이다. 그건 사회 주요 인사들의 압수수색 소식을 기사로 다루던 사건기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봉지욱 기자는 최근 저서 ‘압수수색(264~273쪽)’에서 실제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기록했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책 ‘압수수색’에서 압수수색 영장에서 혐의 내용, 수색 장소, 압수 물건 목록, 영장 유효기간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할 때 유효기간을 지정하는데 이 기간 내에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하고, 간혹 야밤에 이뤄지기도 하는데 판사가 영장 첫쪽에서 ‘야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도장을 찍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물론 영장 자체를 보여주지 않으면 압수수색 자체가 불법이니 이를 기록해야 한다. 영장을 제시하더라도 피압수자가 촬영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니 최대한 영상이나 음성으로 기록을 남기는 게 좋다.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은 압수수색 범위와 물건 목록이다. 검찰이 ‘수색·검증할 장소, 신체 또는 물건’을 자세하게 나열해 신청하는데 이중 법원에서 허가하지 않는 물건들은 취소선(삭선)을 그어서 영장을 내준다. 즉 영장에 적혀있지만 취소선이 그어진 범위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 영장 안에는 판사가 직접 적은 글자도 있는데, 한 예로 서울중앙지검의 한상진 기자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주거지, 신체 제외 부분 삭제”라고 판사가 적었는데 이는 한 기자의 주거지와 신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 사전에 피의자 동선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을 알기 위해 미리 수사관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차량 출입 시각이나 엘리베이터 CCTV 등을 확인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행위 역시 영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영장 없이 관행적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만약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이는 관리사무소 등에 미리 사정을 설명하고 정보 열람이나 복사 요청시 이를 거절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바꾸는 것은 정당한 보호행위에 해당한다. 피의자 본인이 자신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직접 하지 않고 남에게 부탁하면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추가될 수 있고, 합리적인 이유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리거나 교체하면 법원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고 한다. 사건과 관련 없는 정보가 털릴까봐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상당수 앱은 검찰의 디지털포렌식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이 포렌식에 성공하면 피의자가 안티포렌식 앱을 언제 설치해 몇 번 구동했는지까지 나와 오히려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갤럭시보다 아이폰이 안전하다고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아이폰 잠금 비번을 숫자 4자리로 할 경우 뚫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갤럭시 S22이상 최신 모델은 비밀번호를 영문 대문자와 소문자, 특수기호 등을 섞어 20자리 이상으로 설정하면 검찰 디지털 포렌식 이미징(복제)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검찰의 포렌식 프로그램은 업데이트 되고 있고 수사과정에선 못했지만 재판과정에서 이미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갤럭시 S22 이상 모델은 사용자가 공장초기화를 하면 휴대전화 정보를 거의 완벽하게 삭제해서 포렌식을 통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윈도우10 이상 운영체제를 설치한 노트북이라도 공장초기화를 하면 삭제한 정보를 대부분 살릴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피의자가 언제 휴대전화 공장초기화나 노트북 윈도우 재설치를 했는지 파악해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관이 휴대전화 비번을 알려달라는 경우도 있다. 영장 속 압수 물건에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표기되지 않았다면 알려줄 필요가 없고, 이때 피의자에게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달라는 요청에도 응할 이유가 없다. 피의자가 휴대전화 잠금패턴이나 비번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니 휴대전화를 잠그거나 끈 상태에서 제출하면 된다. 압수한 휴대전화는 즉시 압수물 봉인 봉투에 담아야 하는데 현장에서 통화기록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기도 하는데 임의로 열람하지 말 것을 요청해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관의 이러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향후 재판에서 다퉈볼 필요도 있다.
휴대전화를 반드시 검사가 가져가야 하는 건 아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별지에 보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범위를 정해 문서로 출력하거나 휴대용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피압수자는 수사기관에 디지털포렌식 장비 등으로 현장에서 혐의 관련 증거만을 압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피압수자가 휴대전화 비번을 열어주고 자료 선별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압수수색 관련 뉴스를 자세히 보면 피의자들이 변호사가 압수수색 현장에 도착하면 협조하겠다고 대처한다. 변호인이 모든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변호사 도착 전에 강제로 문을 부수기도 한다. 뉴스타파 보도와 다른 내용의 ‘윤석열 명예훼손’ 기사로 재판에 넘겨진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의 경우도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들이 자택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피압수자는 인터폰 등을 통해 수사관에게 자신의 변호사가 누구이며 언제 도착할지 미리 공유하는 것이 좋다.
봉지욱 기자의 자택 압수수색의 경우 초등학생 자녀가 이를 지켜봤다. 당사자도 당황스럽지만 집에 있던 가족 등이 놀라기도 한다. 인권보호수사규칙 제30조를 보면 수사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생활의 비밀, 주거 평온을 최대한 보장하고, 피의자와 현장의 있는 가족 등 지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검찰이 왔을 때 미성년자가 있으니 다른 보호자가 올 때까지 압수수색을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이를 기록하는 게 필요하다.
압수수색이 끝나면 영장 사본을 받아 압수 범위과 목록을 꼼꼼하게 대조해보고 압수물을 봉인한 봉투를 사진으로 기록해두면 된다. 만약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전자정보의 관련성에 관한 의견진술서’에 의견을 쓰겠다고 밝히고 해당 진술서는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영장 별지를 보면 검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압수한 휴대전화를 열흘 안에 돌려줘야 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색을 당한 언론인 5명의 압수물 반환은 평균 94일이 걸렸다. 기한이 지나면 이를 요구하고 법원에 ‘수사기관의 압수물 환부에 관한 처분 취소·변경을 구하는 내용의 준항고’를 제기할 수도 있다.
디지털포렌식이 끝나면 혐의와 관련없는 정보는 삭제하고 ‘전자정보 삭제·폐지 또는 반환 확인서’를 당사자에게 줘야 한다. 다만 실제로 확인서를 받은 피의자는 많지 않으니 확인서를 꼭 요청해야 한다. 또 검찰이 휴대전화 등 정보를 디지털 수사망인 디넷(D-NET)에 임의로 저장하는데 내 정보를 디넷에 저장했는지 여부를 물어보고 역시 이 과정을 녹음 등으로 기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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