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속철도가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해외에서 고속철에 대한 인기가 건설보다 더 뜨겁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기대가 커진 모양새입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한국은 지난 6월 사상 첫 고속철 수출에 성공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km급 고속철 42량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사업 규모는 약 27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사업은 스페인의 세계적인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탈고(Talgo)’와의 경쟁에서 따낸 성과입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기존에 스페인으로부터 고속철 차량을 수입했던 나라입니다. 수출 과정에 참여한 사무관은 “스페인 업체가 유지보수 기술을 이전하지 않아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반면 우리는 공기업인 코레일이 기술 전수를 해주겠다고 약속해 신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벌써 코레일 팀장급 인력 8명을 파견해 현지에서 정비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체코와의 협력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은 최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체코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체코 현장에서 원전만큼 고속철도에 대한 관심이 컸다”라면서 “유럽 시장에서 프랑스, 독일 등 기존 고속철 강국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만큼 차별화된 기술력과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20년 전 프랑스 알스톰 고속차량 테제베(TGV)를 수입해 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이어 세계 5번째로 고속철도가 개통된 국가입니다.
이후 독자적인 기술력을 개발해 KTX-산천, KTX-이음, KTX-청룡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출발은 늦었지만 최단기간에 고속철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철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속철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정시율 99.04%’를 자랑하는 점도 해외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 고속철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코레일과 현대로템이 차량 공급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기술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독자적인 철도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은 통상 다른 나라에 기술을 철저히 숨기는데, 한국은 오히려 글로벌 철도연수를 진행하면서 해외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9월부터 우즈베키스탄 4명을 포함한 13개국의 32명을 초청해 철도연수 실시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건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나라가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고속철은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일본, 프랑스, 독일 같은 기존 고속철 강국들이 협력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이 그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두바이를 잇는 145km 구간에 시속 320km급 고속철을 놓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14조원 규모로, 한국은 시스템 차량 궤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턴키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부와 철도공단, 코레일은 UAE 에티하드레일과의 협력 MOU를 이달 중 체결할 예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이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모로코도 떠오르는 시장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2호 수출’을 목표로,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지난 11일 모로코를 방문해 고속철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모로코는 2030년 FIFA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5조원 규모의 고속철도와 전동차 구매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서 프랑스 및 스페인 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면 월드컵 개최 전까지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고속철 기술은 이제 실크로드를 넘어서 세계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올해 수주 400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해외 건설처럼, 고속철 수출 역시 꾸준한 성과를 내며 중요한 외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 두 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건설 및 철도 인프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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