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극대화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 직접 쇄신을 요구했다. 10・16 재・보궐 선거의 격전지로 꼽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낙승을 거두면서 이제는 ‘김건희 리스크’에 쇄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직・간접적으로 김 여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이어온 한 대표가 윤-한(윤석열-한동훈) 회동에서도 이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동훈, 대통령실 향해 ‘쇄신’ 드라이브
18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폭로전으로 명 씨와 윤 대통령 내외의 특수관계에 대한 증거들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검찰이 전날(17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가 없다고 보고 ‘혐의없음’ 결론을 내려 불기소 처분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김 여사 의혹에 집중된 가운데 격전지라는 평가를 받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2%P 차이로 따돌리고 압승을 거뒀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동훈 책임론’이 불거져 현 지도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한동훈 지도부의 호재가 된 것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에서 대통령실을 향한 직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재・보궐선거 바로 다음 날(1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들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 있고 의혹에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졌다”고 직격했다.
이어 한 대표는 △대통령실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한 솔직한 설명 등을 요구했다. 앞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여러 차례 ‘윤한 독대’를 요청했지만 결렬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재・보궐 선거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회동이 성사되기 전 선전포고 격으로 직접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왜 공개 석상에서 더 센 발언을 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한국 정치는 ‘김 여사의 늪’에 빠져서, 계속 ‘김 여사’, ‘김 여사’, ‘김 여사’만 얘기하고 있다”며 “이 상황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나. 이것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가 선거 전부터 김 여사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거기에 대한 평가 아니겠나. 그것이 민심이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 만나는 이 독대 기회를 앞두고 목소리를 분명히 함으로써 대통령에게 요청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대표가 대통령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차기 대선주자로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권이 무너지면 차기 대선은 없다”며 “그런데도 한 줌도 안 되는 얼치기 용병들이 당정 화합에는 나서지 않고 벌써부터 차별화한다고 설치고 있다”고 일침했다.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고리로 연일 공세에 나서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TK 지역의 강명구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님, 당 대표님, 국민의힘 선배 동료 국회의원,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지금 우리는 모두 단결해 민주당의 의혹 부풀리기와 탄핵 선동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권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마지막 분수령은 다가오는 윤・한 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주 월요일(21일) 오후 4시 30분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석자로 정진석 비서실장이 함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의 언론 공지 직후 박정하 비서실장도 언론 공지를 통해 한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한 대표는 독대 일정이 정해진 것을 두고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그리고 민생 현안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하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산 금정구는 워낙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긴 하지만 한 대표가 말한 민심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회동에서 대통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댓글0